◎감시카메라·총기 감청장치 등 일부시에 설치 범죄 감소효과최근들어 미국 지방도시들 사이에서 급증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첨단장비를 동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범지역에 감시용 비디오카메라나 총기 감청장치를 설치하는 등 도시마다 범죄예방책의 첨단화에 안간힘을 쓰고있다.
워싱턴 DC에서 북쪽으로 50㎞쯤 떨어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의 중심가에 위치한 하워드가.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의 요지인 이곳은 쇼핑센터와 사무실이 몰려 있어 항상 사람들로 북적댄다. 하루 유동인구가 10만명이 넘는 이 거리에서 눈길을 끄는 건물이 하나있다. 2평 남짓한 경찰초소다.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통초소와 비슷한 이 건물은 그러나 뉴욕등 큰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낯선」 풍경이다.
○경찰초소서 24시간 모니터
초소에는 볼티모어시 16개 거리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5대의 비디오 스크린이 24시간 가동되고 있다. 제럴드 루소(35) 경장은 『카메라 설치 지점마다 작동사실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볼티모어시는 지난 1월 하워드 거리에 2대의 감시 카메라를 설치, 5월까지 4개월동안 시범운영한 바 있다.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카메라 설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찰이 카메라를 조작, 일반 가정과 사무실도 감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카메라 1대를 설치 운영하는데만 10만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등 재정적 부담도 반대 이유중 하나였다. 때문에 볼티모어시는 상점주인 등 주민들이 카메라 설치에 찬성하고 비용분담도 약속한 하워드 거리에서 일단 시범운영키로 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매달 10여건에 달했던 폭력, 소매치기, 차량도난 등 각종 범죄가 4∼5건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볼티모어시는 지난 5월말 롬바르드 거리 등에 14대의 카메라를 추가설치, 본격적인 감시활동에 들어갔다.
토머스 프레지어 볼티모어시 경찰국장은 『경찰 카메라는 백화점과 은행 공항 등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와 다를 게 없다』며 『시민들은 이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출동시간 3분으로 단축
그의 말처럼 대다수 주민들도 감시 카메라 설치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매달 이와 관련된 여론을 조사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지지율이 90%이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술가게 주인 리처드 앤더슨씨(38)는 『경찰이 우리를 보호한다는 믿음이 생겨 맘놓고 장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시카메라는 경찰의 범죄 대응시간도 크게 단축시키고 있다. 「911」 비상전화 응답후 현장도착 시간은 평균 8분정도 소요되지만 카메라에 잡힌 범죄현장에 출동하는데는 3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또 감시 카메라는 24시간 내내 거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 설령 범행당시의 현장을 놓치더라도 범인을 쉽게 추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4월 하워드 거리에서 승용차를 훔친 10대 청소년을 닷새만에 붙잡았다. 새벽 3시께 도로에 주차된 승용차의 앞문을 따고 유유히 사라졌던 범인을 카메라가 녹화했기 때문이다.
볼티모어시는 범죄 발생률이 높은 변두리 주택가와 슬럼가등 우범지역에도 98년까지 감시 카메라를 도입할 계획이다. 인구 74만명의 절반이 넘는 44만명이 흑인인 볼티모어시가 「범죄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감시 카메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부의 샌프란시스코만에 위치한 인구 7만의 작은 도시 레드우드는 총격사건이 잦은 시내 12군데에 올초부터 총기 감청장치를 설치했다. 총 2만5,000달러가 투입된 이 장치는 총소리를 감지, 경찰본부에 신호를 보내는데 총격발생 지점을 10m 이내의 오차를 두고 정확하게 알린다. 이 장치 덕분에 경찰의 출동시간이 4분이상 단축됐다. 프랭크 윌킨스 경위(43)는 『주민들은 경찰감시보다 갱들의 총소리를 더 싫어한다. 주민신고마저 없을 때에 비하면 죽을 사람을 살리는 것만큼의 효과가 있다』고 자랑했다.
○신고자 전화번호 자동입력
이밖에 뉴욕시는 3월부터 911 수신요원의 컴퓨터 화면에 신고자의 전화번호와 주소가 자동입력되는 첨단 시스템을 개발, 시 전역에서 가동하고 있다. 새 시스템은 전화가 갑자기 끊기거나 다급한 상황에 처한 신고자가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리지 못해 발만 굴렀던 단점을 보완했다. 뉴욕시는 또 이달부터 911 수신요원의 컴퓨터를 경찰국 컴퓨터에 연결, 수신요원의 보고 없이도 사태를 즉각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오클라호마대 랜들 코인 교수(법학)는 『치안 당국이나 시민 모두 범죄와의 전쟁에 위력을 발휘하는 첨단장비에 매력을 느끼게 마련』이라며 『이들 장비는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무기로 변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볼티모어=이종수 특파원>볼티모어=이종수>
◎감시카메라 역할/경찰순찰 대체 로보캅시대 “서막”
볼티모어시에 설치된 감시용 비디오카메라는 첨단장비가 경찰순찰을 대체하는 「로보캅」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거리마다 설치된 카메라가 찍은 화면을 경찰 초소에서 모니터하는 단순한 원리를 갖고 있다. 슈퍼마켓 은행 공항등에 설치된 카메라와 크게 다른 것은 없지만 경찰이 24시간 직접 감시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범죄가 발생하면 초소 근무자는 본부에 연락하며 본부는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순찰차에 출동을 지시한다.
경찰은 올말까지 본부에서도 비디오를 직접 모니터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초소에서 본부에 보고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출동시간이 그만큼 줄게 된다. 녹화 테이프는 본부에서 다시 틀어본 뒤 96시간이 지나면 폐기하거나 재사용한다.
한편 볼티모어시는 감시 카메라 장치에 각종 범죄가 발생하면 경보음이 울리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으며, 감청장치를 설치한 레드우드시도 총소리가 발생한 현장 상황을 녹음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인터뷰/볼티모어시 경찰국장 프레지어씨/“각종 범죄 반이상 줄었어요”/감시카메라 설치 대폭 확대할 계획
토머스 프레지어(54) 볼티모어시 경찰국장은 『감시 카메라는 범죄 예방면에서 가장 뛰어난 첨단 장비』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범죄예방 장비도 주민이 원치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주민이 만족할 수 있도록 운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이유는.
『교통 경찰이 지키는 곳에서는 과속운전이 줄게 마련이다. 카메라가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죄를 지을 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우범지역마다 경찰을 배치하는 게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카메라가 대신 감시케 한 것이다』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는.
『카메라를 조정하면 안방도 감시할 수 있지만 경찰이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은행의 예를 보더라도 사람들은 감시 카메라가 작동해야 오히려 안심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거리등 공공장소를 지켜보는 것 뿐이다』
―설치후 효과는.
『하워드 거리에서는 한달 평균 10건이었던 각종 범죄가 반 이상 줄었다. 16개 거리에 대한 감시는 5월말 시작됐기 때문에 아직 말하기 이르다. 하지만 각종 연구에 따르면 전체 범죄를 최소한 30% 이상 줄일 수 있다』
―일부 도시에서도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는데.
『뉴 올리언스등에서도 카메라를 사용하지만 용도가 다르다. 마약등 특정범죄를 감시하기 위해 특정장소에서 특정시간 부분적으로 이용한다. 반면 우리는 공공장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24시간 감시한다. 워싱턴과 뉴욕등에서도 우리 시스템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는 점차 미국 도시로 확대될 전망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시내의 경우 전체 106개 블록 중 현재 16개 블록에 카메라가 설치됐다. 내년까지 106개 블록을 모두 감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카메라를 설치, 운영하는 비용을 주민들이 일부 분담해야 하기 때문에 확실한「효과」가 입증돼야 한다. 주택가와 슬럼지역에서 늦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 90% 이상이 카메라 설치에 찬성하기 때문에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다』<볼티모어=이종수 특파원>볼티모어=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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