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층 대변 “백만장자”/유세때 록 열창·욕설 자타공인 “미치광이”압달라 부카람(44)이 7일의 에콰도르 대선 결선투표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국민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가난한 민중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하는 동안 중상류층은 『마이애미로 이민이나 가야겠다』며 땅이 꺼질 듯 한 숨을 내쉬었다. 재계에서는 그가 『의료서비스와 학교급식은 무료로 하고 공공주택 건설을 확대하며 생필품 가격을 대폭 인하하겠다』는 선거공약을 지킬 경우 가뜩이나 안좋은 경제가 더욱 곤두박질칠 것으로 우려했다.
부카람은 자칭 타칭 「미치광이」이다. 유세때 춤을 곁들여 록을 열창하는가 하면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한 기독민주당의 하이메 네보트 후보에게는 욕설의 단계를 넘어선 저주를 퍼부었다. 미국쪽에서는 그를 「에콰도르 정치의 믹 재거(해괴망측한 무대매너로 악명높은 록그룹 롤링 스톤스의 리드 싱어)」라고 부를 정도다.
그러나 그의 평소지론을 들어보면 그냥 미친 사람은 분명 아니다. 『나는 미치광이다. 그러나 미치광이들은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영혼으로 본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중산층 유한마담들이 노동의 신성함을 배우도록 하녀들과 함께 일하도록 하겠다』 『정부예산의 절반을 독립기념식 행진에 쏟아버리는 군은 무용지물이다』 등등.
포퓰리즘(민중주의)을 표방하는 롤도시스타당 당수인 부카람의 지지층은 식스토 두란―바옌 현대통령 정권 하에서 급증한 빈민층이다. 그러나 포퓰리스트를 자처하는 그는 호화아파트에 사는 백만장자다. 할아버지가 레바논에서 이민왔고 72년 뮌헨올림픽에 육상선수로 출전한 만능스포츠맨이다.
백만장자 포퓰리스트 「미치광이」가 에콰도르호를 어디로 인도할 것인가.<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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