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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음악의 대중성(음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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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음악의 대중성(음악노트)

입력
1996.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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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피아노는 일반 예능교육의 필수과정처럼 되어버렸다. 그 결과 한 집 건너 피아노교습소가 생겨났고 음악계는 피아니스트 천국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진정한 음악사랑에서가 아니라 남이 하니 내 자식도 해야 한다는 무조건적 경쟁심리에서 가르치다보니 문제다. 만약 그간의 피아노음악 교육이 제대로 성과를 얻었다면 오늘날 피아노연주회만큼은 청중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성 싶다.유럽의 경우를 보자. 19세기 중엽까지 표를 사들고온 청중을 위해 피아니스트는 협주곡을 고정 레퍼토리로 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변주곡이나 환상곡을 곁들여 분위기가 무겁고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독주소나타는 오늘날 피아니스트들의 가장 중요한 레퍼토리가 됐지만 1830년대까지만 해도 음악회에 적합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때문에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가운데 그의 생전에 연주된 것은 한 곡 뿐이라고 한다.

오페라 부파(희가극)가 한 시대를 풍미하자 이 경쾌하고 달콤한 멜로디는 이내 피아노건반에 옮겨져 숱한 오페라 변주곡을 낳게되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선배 작곡가인 파이지엘로, 살리에리 등의 오페라작품의 주요 아리아를 변주곡으로 만들었다. 여기에는 오페라 흥행에 편승한 악보 출판업자들의 한몫 보려는 의도도 숨어 있었다. 거장 피아니스트였던 리스트는 이 방면에서 최대의 작업을 펼친 작곡가였다. 그는 바그너의 「탄호이저」「트리스탄과 이졸데」 뿐 아니라 베르디의 「리골레토」「아이다」의 아리아들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해 오페라에 열광한 청중을 사로잡았다.

피아노의 대중화작업은 한편으로는 숱한 춤곡을 피아노음악에 채용했다. 무도가 생활화한 오스트리아 빈의 경우 춤곡의 수는 그만큼 절대적이었다. 한편 피아노의 즐거움을 위한 표제음악과의 만남도 있었다. 피아노의 전신이라할 하프시코드 시대조차 라모의 「암탉」 쿠프랭의 「편물기계들」이 관심을 끌었고 윌리엄 버드는 「전투」라는 곡에서 병사들의 소집과 행진, 전투에 이르는 모습을 표현했다.

우리의 피아노독주회는 어떤가. 피아니스트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부족함이 없겠지만 악장 사이 박수치는 청중을 두고 소나타만 고집하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우리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들이 예술성을 견지하면서도 대중성을 생각한 레퍼토리를 개발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탁계석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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