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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한 새 장편 「장강」/실존 모델 어느 아나키스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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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한 새 장편 「장강」/실존 모델 어느 아나키스트의 삶

입력
1996.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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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격동기/자유의지 불태우다 몰락하는 모습 그려소설가 박영한씨가 장편소설 「장강」(창공사·전 2권)을 펴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쳐 최근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로 살아온 이두삼이라는 인물을 다룬 작품이다. 장강은 양자강을 말하지만 여기서는 역사의 큰 흐름을 상징한다.

한국근·현대사를 소설로 읽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 아니다. 독립운동, 해방, 6·25의 참상은 한국문학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고 누구나 한두 권쯤 그런 소설을 접했을 것이다. 베트남전쟁 이야기나 서민의 질박한 삶을 그려온 박영한씨가 자칫 진부할지도 모를 이런 소재로 소설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아나키스트에 대한 매혹 때문이다. 일제하에서는 독립운동을 하는 민족주의자로, 해방이후 고향 함북 회령으로 돌아가서는 공산주의정권에 저항하다 결국 월남하지만 남한에서도 부패한 정권과 자본주의의 탐욕적인 속성을 거부하고 끝내 은둔하고마는 사람이 주인공 두삼이다. 건강한 비판의식과 자유의지로 가득찬 삶을 살아간 사람들이 이데올로기의 대결에서 실패하는 과정이 안타깝게 여겨졌다』

이두삼은 보통학교 시절부터 「만적단」이라는 단체를 조직,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항일운동에 나섰다.

명문 회령상업에 진학하지만 일인교사들과 번번이 충돌하다 일본유학을 감행한다. 부두노동자, 신문배달원으로 일하며 만난 조선인유학생들과 혈우회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한 두삼은 일본경찰의 눈을 피해가며 독립운동을 벌인다. 상해(상하이)임시정부와의 연계공작이 실패하고 조직이 와해돼 옥고를 치르는 고난을 겪다가 해방을 맞지만 그에게는 소련군과 가짜 공산주의자들을 상대로 치러야 할 투쟁이 기다리고 있다. 반동으로 몰려 시베리아에서 5년 유형생활을 하다 6·25와 함께 남하하는 그가 경험하는 인간성 말살, 현실과 사상의 괴리 등이 소설의 줄거리를 이룬다.

박씨는 6년여 전 알게 된 이두표옹(75)의 수기 「인간화물」등을 토대로작품을 썼다. 경기 분당에서 옥상방 한 칸에 노구를 의지하고 있는 이옹의 파란만장한 삶은 소설의 내용과 거의 흡사하다. 이옹은 월남후 대공기관에 근무한 적도 있고, 정권에 실망하여 강원도 오지에서 은거생활도 했다고 전하는 박씨는 『그를 보며 역사의 무거운 슬픔을 느꼈다』고 말했다.

소설은 한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지만 영웅담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남북한, 일본, 중국을 넘나들며 펼쳤던 젊은이들의 항일운동, 정세와 정치사회운동의 의미를 아우르면서 휴머니티가 지상 목표이던 이들의 삶을 긴박감있게 그려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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