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사법부 유린」 증언/사법권 침해여부 질문에 힘주어 “그렇다”80년 8월 김재규내란사건 상고심에서 『내란목적 살인죄로 볼 수 없다』는 소수의견을 냈다가 신군부에 의해 법복을 벗은 양병호 전대법원판사(77·변호사)가 8일 증인으로 출석, 신군부의 「사법부 유린」을 증언했다.
『80년 1월말께 「보안사의 2인자」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조용한 곳에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 하자고 했지만 거절했다. 그 사람은 쭈뼛쭈뼛하다가 「상고를 기각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대법원 판결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대법원 판사가 합의해서 하는 것」이라고 거절했다』
양 전 대법원판사는 80년 5월20일 이 사건 재판에서 6명의 다른 판사들과 함께 소수의견을 냈지만 7명이 다수의견을 내 상고가 기각됐고, 이후 보안사 서빙고분실로 연행돼 3일간 감금돼 사표쓸 것을 강요당했다. 결국 그는 같이 소수의견을 냈던 민문기 임항준 김윤행 서윤홍 정태원 대법원판사가 사직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표를 던졌다.
『소수의견의 요지는 증거가 없고 심리가 미진하다는 것이었다』고 목소리 가다듬은 그는 「왜 보안사로 연행됐느냐」는 검찰신문에 『소수의견 자체가 다른 사람보다 길고 강도가 세 그들(신군부)은 나를 대표적으로 밉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법권 독립이 그 사건으로 침해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건…그건…』하며 말을 못잇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양 전대법원판사의 증인신문에 앞서 법정을 지킨 변호사들은 원로법조선배에 대해 경의를 표하며 증인신청철회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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