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등의 12·12 및 5·18사건 공판이 급기야 변호인집단사퇴와 전·노씨 출정거부로 파행을 빚고 있는 건 심히 유감스럽다. 그동안 보여온 사선변호인불참과 재판부의 국선변호인 선임강행에 이어 두 전직대통령의 변론을 맡아 온 변호인 8명이 이례적으로 성명마저 내고 집단사퇴하기에 이른 것은 그 책임소재나 이유를 따지기에 앞서 이 재판의 진솔한 진행을 기대해 온 국민들에게 불쾌감마저 안겨주고 있다.이 재판이 어떤 재판인가. 16년전 신군부의 하극상·군사반란·국권찬탈로 이어진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려고 국회에서 특별법까지 만든끝에 열린 역사적인 재판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재판이야말로 그 역사성이나 국민적 기대에 걸맞게 과거의 어느 재판보다 더 진지하고 성실하게 진행되는 게 마땅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지금껏 정치와 힘의 논리에 의해 가려졌거나 오도될 수도 있었을 실체적 진실이 한점 의혹없이 가려지길 국민들은 바라 왔던 것이다. 그런데도 재판이 회를 거듭할수록 불성실한 법정힘겨루기의 양상을 보여 와 국민적 지탄을 받기에 이르렀다.
재판의 두가지 목표는 실체적 진실발견과 신속한 공판진행이라고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아무리 중죄인이라도 충분히 변호권을 보장받고 있을뿐더러 이번 사안 자체가 필요적 변론사건이기에 변호인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변호인들은 지난 4월의 4차 공판 이후 충분한 변론권의 보장을 이유로 걸핏하면 퇴정을 거듭하다 사퇴하기에 이른 사실은 재판부의 고유권한에 도전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가 있는 것이다.
변호인들이 재판부의 주2회 공판강행을 놓고 관련 피고인들의 구속만기로 인한 석방사태 이전에 1심 선고를 끝내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성실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 그렇지 않고 집단사퇴등 극한투쟁을 계속하고, 피고인들도 출정 거부등으로 합세할 경우 재판은 국선변호인 선임은 물론이고 강제인치나 궐석재판 등으로 더욱 강경한 대립양상을 보일 것이 내다 보인다.
그렇게 될 경우 국민들의 실망감은 클 것이다. 재판부의 자세도 더욱 강경해져 파행으로 얻을 건 없을 것이다.
공판 진행은 재판부의 고유권한이다. 그래서 공판진행 도전행위에 강력대처할 순 있지만 결과적으로 역사성에 걸맞게 심도있는 재판을 이끌 총체적 책임도 있다. 그리고 전·노씨측이 일찍부터 이번 재판을 정치재판이라며 파행과 파국으로 몰아갈 가능성에 대비했을 필요도 있었던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출정거부 피고인들과 사퇴 변호인들은 더 이상의 「도전」을 중단하고 재판정으로 돌아가길 권고한다. 재판부도 이 역사적 재판을 더욱 진지하게 이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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