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동욱·정명기 교수 한글필사한문본 대역/조선후기 이야기 262화 소개… 편찬자 추정도조선후기 야담문학의 정수로 불리는 청구야담이 현대어로 대역돼 나왔다.
연세대 국문과 사제간인 김동욱 교수(90년 작고)와 정명기 원광대교수(41·국어교육과)가 청구야담의 여러 이본중 유일한 한글필사본인 규장각본(19권19책)을 토대로 한문본인 버클리대학본(10권10책)과 대조, 요즘말로 쉽게 옮겼다. 청구야담의 단행본 출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은 특히 「미상」으로 표기돼온 청구야담의 편찬자를 각종 문헌적 고증을 통해 헌종때 경상도 금산(김천의 옛 지명)군수를 지낸 김경진(1815∼1873년)으로 추정, 관심을 끌고 있다. 역자들은 고쿠라신페이(소창진평)본 청구야담의 서문에 나오는 「계묘년에 금릉(경상도 금산)에 부임했던 인물」이라는 기록을 단서로 추적, 김경진이 청구야담의 원저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노론계 안동 김씨 출신으로 고려 개국공신중 한 명인 김선평의 26대손. 정교수는 『기록에 따르면 김경진은 지나칠 정도로 패설에 관심이 많았던 인물』이라며 『외직에 있으면서 느꼈을 정치적 소외감, 공무의 한가로움을 덜기 위해 야담을 수집, 기록한 것같다』고 추측했다.
이 책에는 19세기 조선사회의 언어와 풍속, 관습을 보여주는 각종 일화와 기문, 미담 등 262화의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특히 「첨지 박언립 이야기」와 같이 신분제의 동요나 관리의 비리 등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김교수는 87년에 쓴 서문에서 『청구야담은 한글세대 국문학도들이 그동안 소홀히 했던 전고, 풍속, 고문서, 지방조직 등 잡학지식의 보고』라며 국문학도들의 필독을 권했다.
제자인 정교수는 책의 완간을 보지 못한채 90년 1월(당시 68세) 급환으로 타계한 스승을 위해 책 뒤에 발문을 붙였다. 그는 발문에서 『적지 않은 분량의 교정지를 일일이 들추어 가시면서 잘못된 부분과 미처 주석을 붙이지 못한 부분까지 몸소 검토, 보완해주시며 많은 것을 일깨워주셨다』고 스승을 추모했다. 교문사간. 상·하 각권 4만5,000원.<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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