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미국의 한 대학에 연수를 갔을 때 일이 생각난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란 지극히 현실적인 학과목의 명칭에 호기심이 동해 수강신청을 했다. 첫 강의시간에 들어가 보니 담당교수는 40대 중반의 여자였다. 그 여교수는 학자 출신이 아닌 전직기자였다. ◆여교수는 뉴욕 타임스 기자로 베트남전쟁에 특파돼 불꽃 튀는 전선을 취재한 것을 더 없는 영광으로 생각하는 듯, 매사에 자신만만해 보였다. 박사학위가 없는 것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뉴욕 타임스에서 고정칼럼을 썼던 것을 어떤 학위보다도 더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이론보다는 현업을 통한 체험을 가르치는 그의 강의는 언제나 생동감이 넘쳤고 학생들의 인기도 독차지해 학자출신 교수들의 부러움을 사곤 했다. 말이 잘 안 통하는 나에게 그 여교수는 베트남 특파원 생활을 통해 동양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니 언제고 찾아와 상의하라는 아량까지 베풀 줄 아는 멋쟁이였다. ◆선진외국에서는 이처럼 언론계·법조계·산업계·문화예술계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으면 대학에서 강사·조교수·부교수, 심지어는 교수로 영입해 학문과 현업의 원활한 교류를 촉진하고 현업에 필요한 산교육을 한다. 대학교육에서 실사구시를 추구하려면 현업에서 일가견을 갖춘 전문가가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오래전에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교원 인사관리 지침을 개정, 오는 2학기부터 박사학위가 없는 전문인도 대학교수로 임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은 대학교육의 생산성을 한 차원 높이는 방안이 될 게 분명하다. 학위를 가진 학자만이 대학교수가 되고 현업의 전문가들은 그 분야의 경험과 산 지식을 교육에 활용할 수 없게 한다면 대학교육은 죽은 교육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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