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서 진주찾는 혜안/90년대 재계돌풍의 주역/책상엔 아직도 주판,자금운영 추종불허거평그룹은 90년대들어 가장 무서운 기세로 몸집을 키워가는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94년초 거의 무명의 상태에서 자신보다 규모가 몇배나 큰 대한중석을 전격 인수, 재계를 놀라게 한 거평은 이어 라이프유통(현 거평유통), 한국시그네틱스(시그네틱스코리아), 포스코 캠등을 차례로 손에 넣으면서 어느새 총매출 1조3,000억원의 신흥재벌로 변신했다. 17개 계열사중 무려 12개사가 인수기업들이다.
이 돌풍의 주인공인 나승열 거평그룹 회장(52)은 그러나 결코 저돌적이거나 모험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것저것 다 재보고 승산이 있어야만 달려들고 가능한 위험요소를 분산시키려는 신중한 기업인이다. 그런 그가 위험부담이 높은 기업인수를 통해 성공하게 된 비결을 본인은 『기업이면에 감춰진 잠재력을 읽을 줄 알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진흙속에 묻힌 진주를 찾는데 남다른 능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회장의 또 다른 성공비결은 탁월한 자금운영력이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가난한 빈농출신인 나회장의 정규학력은 국졸이 전부. 그러나 20대초반 공인회계사를 꿈꾸며 독학으로 익힌 경리실력은 『일류대학 출신도 실력으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젊은 청년에게 심어주었다. 그는 경리실력 때문에 첫 직장인 한 중소기업에서 롯데삼강으로 스카우트돼 경리과장, 영업부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그의 사무실 책상에는 구멍가게에서도 보기힘든 주판이 지금도 놓여있고 또 자주 사용되고 있다.
79년 「금성주택」을 설립, 연희동 서초동등에서 연립주택을 지어팔면서 사업에 뛰어든 나회장은 80년초반 부동산경기가 꺾이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나회장은 이때 친구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잡히고 800만원을 빌린 적이 있는데 이것이 그가 현재까지를 통틀어 사업중 처음 사용한 사채였다. 거평의 기업확장과정을 생각하면 나회장의 자금운영 능력이 그만큼 탁월했다는 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한 부분이다.
거평은 부동산으로 출발했으나 이제는 제조업과 유통, 금융업이 그룹의 주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옛 덕수상고자리에 9월초 문을 여는 거평도매센터는 국내최초의 초대형 도매센터여서 그 성공여부가 거평진로의 중대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나회장은 『거평도매센터가 성공적으로 개점하고 현재 진행중인 금융업 확장계획이 마무리되는 올해말쯤이면 거평이 그룹으로서 튼튼한 기반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배정근 기자>배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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