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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김석한(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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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김석한(특별기고)

입력
1996.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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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캔터 미 상무장관의 방한으로 새롭게 부각된 한미 통상문제가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 수출부진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한국기업인과 관료들은 특히 올 가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국측이 통상압력의 고삐를 죄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감상­비즈니스 구분을

워싱턴에서 10여년간 한미통상문제를 다루면서 느낀 것은 양국간 문화와 제도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와 견해차이가 통상마찰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별것 아닌 일이 큰 일로 번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한국국민들은 미국으로부터 수백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일본이나 중국과는 달리 한국은 수입억달러의 적자를 내고 있을 뿐더러 미국측의 요구를 수용해 95% 이상 시장을 개방했는데도 통상압력의 강도를 오히려 높여만 가는 미국측에 서운해 한다. 혈맹이자 동반자인 미국이 이럴 수 있느냐는 주장이지만 이런 「감상」과 비즈니스는 구분돼야 한다.

한미 통상마찰의 시발지는 행정부가 아니라 미 업계다. 업계는 무역적자가 얼마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들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언제든지 행정부에 불만을 호소하고 그러면 통상마찰은 시작된다. 따라서 분쟁의 해결도 업계 차원에서 실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국은 종종 정부차원으로 문제를 비화시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곤 한다.

한국정부는 특히 미국에 약한 경향이 있다.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현실적 필요에 의해서인지 미국을 과잉대접하는데 익숙해 있고 이런 한국을 미국은 얕잡아 보는 경우가 많다.

미국측에도 문제는 많다. 미무역대표부(USTR)는 자국 업계가 한국기업에 대해 제기한 불평불만을 여과없이 한국에 그대로 전달한다. 실태조사조차 없다. 그러니 이미 시정된 것도 다시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

미국은 또 너무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해결하려 한다. 미국도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 이전에는 한국처럼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 강력한 「바이 아메리카」(미국상품구매)정책을 펴는 동시에 외국기업의 진출을 막고 자국산업 지원에 발벗고 나섰었다. 미국은 이제 막 선진국문턱에 들어선 한국에 무리한 요구를 할게 아니라 점진적 개방을 통해 한국의 정치·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통상을 둘러싼 한미간 분위기는 썩 좋지는 않은 상태다. 우선 대선을 앞둔 미국측의 공세가 예상된다.

미국 대선에선 다른 지역과는 달리 현재까지 대부분이 부동표로 남아있는 중서부지역 유권자들이 대권의 향방을 가를 최대변수가 될 전망인데 미시간 오하이오 일리노이주등 이들 지역은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자동차 철강등 중화학공업지역이다. 미국정치인도 표를 모으는 일이라면 물 불을 가리지 않는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캔터장관은 통상에 관한한 행정부내 매파다. 캔터는 최근 상무부내에 협정이행감시기구(워치독)를 만들겠다고 의회에 통보했다. 샤린 바셰프스키 USTR대표대행은 캔터가 밀어줘 거물이 됐다. 강경파 캔터사단은 곧 작전을 개시할 것이고 그러면 양국간 긴장은 고조될 것이다.

○더이상 봉노릇 안돼

한국은 이제 예스와 노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그럴만한 힘도 갖추고 있다. 더이상 미국에 질질 끌려 다니며 봉노릇을 해서는 안된다. 합리적 주장은 받아들이는 여유와 함께 부당한 것은 거부하는 용기도 필요한 시점이다.<미국 아킨 검프사 통상담당 수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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