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배 경제부총리에겐 늘 침착함이 배어 있다. 웬만한 자극엔 흥분하지 않을 뿐만아니라 어지간한 충격에도 당황하지 않는다. 언행에 무리수도 결코 없다. 교수 기업인 집권당 4선의원에 경제와 통일분야를 넘나들며 부총리를 세차례나 역임한 화려한 경력이 만들어낸 식견과 경륜을 쉽게 느낄 수 있다.뜀박질하는 물가, 끝모를 국제수지적자행진에 노사분규, 주가급락, 과소비까지 겹쳐 세간에 「경제위기론」마저 퍼진 최근에도 나부총리는 흔들림이 없다. 『위기는 아니지만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국민에게 솔직히 알려야 한다』 『이대로 가면 모든 기업이 다 떠나버릴지도 모른다』 『단기수치목표보다는 고비용저효율 구조해소가 급선무다』 『기업 근로자 모두 절제해야 한다』 늘 그랬듯이 나부총리는 하반기 경제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도 경제적 난국을 감추기보다는 솔직히 시인했고 호들갑스런 단기수혈 대신 장기처방을 강조하는 의연함을 보였다. 여러 방송에 나가서도 같은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나부총리는 행정가다. 그것도 국민경제를 총책임지는 경제팀의 장이다. 「경제위기론」이 실체이든, 아니면 부양책을 요구하는 일부의 고단위 매터도이든 어쨌든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불안감은 정책의 부재, 비전의 결여에서 비롯된다. 어려움의 실토, 체질개선강조, 고통분담요구만으론 불안감이 결코 제거되지 않는다. 힘들고 불안한 것은 현재인데 미래적 당위론만 늘어놓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행정가는 정책으로 말할 뿐이고 장·단기에 관계없이 현안엔 정책으로 맞서야 한다. 나부총리는 지금 그런 실무행정의 총책임자이지 강단에서 「한국경제론」을 강의하는 대학교수나, 국회에서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국회의원이 아니다. 옳은 소리라 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라면 굳이 경제부총리가 해야할 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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