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안보내고 돈만 “꿀꺽”/성우 흉내 전화사기도 기승컴퓨터가 각 가정에 널리 보급되면서 PC통신을 이용한 텔레마케팅(통신판매) 사기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으나 대책은 전무하다. PC통신 게시판에 물건을 팔겠다고 공고하고 은행계좌로 대금을 입금하게 한 뒤 돈만 찾아 달아나는 수법이다.
손모씨(44·회사원·서울 은평구)는 지난달 22일 PC통신의 「팝니다」란을 통해 이모씨가 내놓은 16만여원의 프린터를 구입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송금했으나 물건을 받지 못했다. 손씨는 현금을 보낸 경북 북삼우체국에 확인 결과 계좌의 주인이 전혀 엉뚱한 사람인 것을 알아냈다. PC통신에 피해사실을 게재해 본 결과 똑같은 유형의 사기피해자가 4명이나 더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문제의 계좌는 도난당한 주민등록증으로 개설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피해자 임모씨(30·부산 연제구)도 지난달 25일 PC통신 「알뜰시장」란에 나온 1백10만원짜리 노트북PC를 구입하기 위해 K은행에 개설된 신모씨 계좌로 대금을 보냈으나 물건을 받지 못했다. 대구의 김모씨 등 3명도 림씨와 똑같은 피해를 당해 경찰에 신고했다.
PC통신 사기판매자들은 사용자번호와 연락처를 그때 그때 바꿔가며 판매할 물건목록을 광고, 피해자는 계속 늘고 있으나 사용자번호나 계좌 명의가 도용당한 것들이어서 경찰의 수사가 미치기 어렵다.
이같은 피해사례가 잇따르자 PC통신 가입자들은 자구책으로 아예 사기혐의가 있는 사용자번호를 골라 게시판에 공고하고 있다.
신종 PC통신 판매사기와 함께 전화를 통한 통신판매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각종 어학교재 상품 학원등록 등을 전화로 권유한 뒤 돈을 보내고 나면 홍보내용과 다른 엉터리 상품을 보내거나 돈을 받고 물건을 배달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또 최근에는 성우나 탤런트 목소리를 흉내내 행운의 상품에 당첨됐다며 일방적으로 물건을 보낸 뒤 대금을 입금시키라고 강요하는 사기도 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PC통신이나 전화를 이용한 사기판매 신고가 매월 20건 이상 접수된다고 밝혔다.<정진황·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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