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두 10대소녀 성폭력 피해사건은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피해를 당한 두 어린 학생의 처지가 너무나 가슴 아프다. 왜 우리는 이러한 일들이 바로 이웃에서 일어나도록 하는 사회에 살아야 하는지 좌절과 자괴감마저 느낀다.11살의 초등학교 소녀가 3개월 동안이나 마을주민 10여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끝에 자살을 기도했는가 하면, 중학교 3학년의 10대 소녀가 성폭행으로 임신까지 해 숨겨온 끝에 수업시간에 산통을 일으켜 구급차 안에서 아기를 출산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한마디로 믿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어린 10대 소녀의 성폭행 사례가 그동안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그간 수없는 지적과 단속에도 그런 불행한 일들은 계속 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성윤리의 타락이나 질서교육의 파괴, 사회 전반적인 퇴폐성의 만연 등이 그 주원인으로 꼽혀왔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 피해가 이 정도에 이르도록한 주변의 방치와 무관심은 전율하다 못해 잔인할 정도다.
이들 두 소녀의 가정은 결손가정이나 다름없었다. 한 소녀는 부모 모두가 밖에 나가 고된 일을 해야 하는 데서 자녀의 고민에 관심을 기울일만한 여유를 기대할 수 없었다. 또 한 소녀는 어렸을적 부모를 잃고 할머니 밑에서 자라 역시 보호와 대화의 상대가 없는 소녀가장이었다. 이웃이나 학교가 이를 대신해 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관심과 보호, 대화는 커녕 차디찬 무관심으로 자구능력이 없는 초등학교·중학교의 어린 학생들을 돌이킬 수 없는 피해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수업중에 출산을 하도록까지 가게 한 학교는, 선생은, 학우들은 다 무엇이며 무려 3개월간 10여명의 마을 사람들에게 20여차례의 성폭행을 당하고 끝내 자살을 결심하게 된 11세의 소녀가장 주변에는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 살고 있었던가. 아무리 타락한 사회라고 하지만 그 영락의 정도에 경악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단순히 10대의 성도덕이나 이 사회의 도덕불감증 같은 고식적인 문제에만 책임을 돌릴 수 없다. 이웃을 향해 모두가 닫아버린 극심한 이기, 자기중심주의가 빚어낸 결과라고 밖엔 설명할 수가 없다.
청소년 성교육의 중요성 등이 경고되어 온지는 오래됐다. 그러나 가장 큰 몫을 해야할 학교교육은 이런 필요에 부응해 주지 못했다. 전국의 고교생 가운데 남학생은 17%, 여학생도 5.3%가 성경험을 갖고 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학교교육의 재 점검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가정과 학교, 더 넓게는 이 사회 전부의 이웃 무관심이 지금처럼 계속되는 한 이런 비극은 확산될 수밖에 없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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