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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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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산은 겉으로 드러난 부분보다 물속에 잠긴 부분이 더 많다. 반대로 화산석은 제몸뚱아리 거의 전부가 물위에 떠있다. 그래서 둘다 눈에보이는 것만으로 크기를 말했다간 실수를 범하기 쉽다. 대만의 한 교포가 이둘을 중국인과 한국인에 비유하며 한 말이다. ◆중국인은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남을 대할땐 일단 경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섣불리 드러냈다간 이용당하거나 얕잡아 보이기 때문이다. 「나」 와 「가족」이 아닌 남을 외자로 쓰며 거의가 좋지 않은 뜻으로 통한다. 외구(적군), 외환(남이 일으킨 도발), 외모(남으로부터 받는 모욕)등이 그 예다. ◆중국인은 또 남에게 자랑하는 것을 삼가한다. 실속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굳이 자랑하려거든 넓은 땅, 많은 인구, 오랜역사에 한하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한자권 나라에서 모두 의식주로 쓰는데도 중국은 식의주로 부른다. 음식은 생존과 건강을 위해 불가피하지만 집과 옷에는 별신경을 쓰지 않아서다. ◆지난 3월 양안관계가 악화됐을 때도 대만 주민은 일부 보도처럼 그토록 크게 불안해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 외환보유고(1천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1만3천달러)뿐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부와 가원을 누구도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란 확신 때문이다. 그들은 이를 비장이라고 표현하며 엄청난 위력으로 믿고 있다. 정부의 경제지표들도 사실보다 되도록 줄여 발표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다. ◆외채, 무역적자 물가고등으로 우리 경제가 몹시 비틀거리고 있는데도 과소비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해외여행자 수와 씀씀이가 예년보다 30% 이상 늘었다. 빙산은 격랑에도 끄떡없지만 화산석은 밀려다니다 사라지기도 한다. 우린 지금 으시댈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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