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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두뇌를 잡아라” 헤드헌팅산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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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두뇌를 잡아라” 헤드헌팅산업 부상

입력
1996.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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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력 중개·알선/10여년전 국내 첫선/30∼40개업체 성업/시장규모 150억대/산업구조재편 영향/연 50% 고속성장도국내 외국계 기업 영업부장 이모씨(43)는 우연히 헤드헌터를 만났다. 『유명 통신회사가 국내 지사장을 필요로 하는데 앞으로 사장까지도 승진할 수 있고 조직 구성은 이렇게 된다』는 식의 상세한 내용의 영입제의를 받고 몇달뒤 그 회사로 옮겼다. 연봉이 1,000만원 이상 올랐음은 물론이다. 미국대학 경영학석사(MBA)로 대기업에 근무하던 김모씨(37)는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기 위해 스스로 헤드헌팅업체에 신상소개서를 냈다. 돈보다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 볼 생각이다.

「헤드헌터」. 「두뇌사냥꾼」으로 직역할 수 있는 신종업종이 시장개방과 산업구조개편 붐을 타고 첨단직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 임원 고급기술인력등을 소개해 주는 헤드헌팅업의 정확한 명칭은 「이그제큐티브 서치(EXECUTIVE SEARCH·중역탐색)」, 또는 「서치」. 이런 일을 하는 회사를 「서치 펌(SEARCH FIRM)」이라 부른다. 10여년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서치펌은 증가추세이며, 일거리도 쏟아지고 있다.

실제 AT&T 에이서 컴팩 노벨 텔렙스등 외국기업들은 지사장을 채용할 때 주로 서치펌을 이용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아직도 주로 연고에 의존해 인력스카우트를 하고 있어 서치펌을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만 점차 헤드헌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아지고 있다.

현재 30∼40개로 추산되는 서치펌들은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명에 이르는 인재리스트를 확보하고 중개작업에 나서고 있다. 서치펌의 하나인 보이든인터내셔널 TAO코리아는 최근 한 외국기업으로부터 국내 30대 그룹안에 드는 대기업에서 임원급 인사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물밑 작업중이다.

또 신규사업을 위한 인력확보에 고심중인 LG 한솔등 신규통신사업자들에게는 「XX맨파워」「XX인력관리」라 자칭하는 업체들로부터 전문인력을 알선해 주겠다는 제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치펌들의 알선수수료는 사장급의 경우 연봉의 30∼40%, 부장 차장급 중견간부는 20%선으로 시세가 정해져 있다.

업체당 연간 매출액도 10억∼15억원가량으로 국내 시장규모는 150억원대로 추산되며 연평균 50%가량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게 헤드헌터들의 설명이다.

보이든의 김성응 사장은 『이르면 5년내에 외국법인과 국내기업의 의뢰비율이 현재의 9대 1에서 5대 5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서치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데다 과거와는 달리 조건이 좋으면 직장 바꾸는게 무슨 문제냐는 생각도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측면도 무시 못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개인휴대통신(PCS)등 신규통신사업자선정과정에서 업계에 치열한 인력 스카우트전이 벌어졌듯 시장개방이 본격화하는 금융 증권 보험 교육 보건 유통등 서비스업분야만도 6만∼10만명의 인력 대이동이 예상된다.

신규통신사업권을 획득한 기업에 필요한 기술인력만도 대략 5,000명선에 이르며 우주항공 자동차분야도 전문인력확보를 위한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니코서치 김형진 사장은 『국내 산업구조가 첨단분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데다 종신고용에서 인재확보쪽으로 고용정책이 변화하는 추세여서 서치펌 활용은 더욱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정착까지는 아직도 “산넘어 산”/10여개 전문사외 영세·무허가업체들 난립/「인재빼가기」 부정시각도… 제도정비 시급

지난해 헤드헌팅산업의 세계 시장규모는 30억달러로 추산된다. 전세계에 47개 지사를 둔 콘 페리 인터내셔널이 1억5,000만달러, 에곤 젠터 인터내셔널이 40개 지사를 통해 1억2,0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업계는 그러나 10여개 전문사를 제외하곤 영세한 수준. 1∼2명의 인원으로 꾸려가다 일거리가 없어지면 문을 닫아 버리거나 그나마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물론 보이든인터내셔널 TAO코리아 유니코서치 탑경영컨설팅 등은 하이테크 금융 소비재등 분야별로 전문상담인력을 갖추고 국내외 100여개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는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이들은 다국적기업과의 제휴로 노하우를 축적하는 동시에 해외인력 수입에도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헤드헌팅산업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서치펌들은 현행 직업안정법상 유료직업소개소에 불과하다. 또 의뢰기업에서 20∼30%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이는 고용기간에 따라 구인자로부터 4∼12%, 구직자로부터 2∼8%의 수수료를 받도록 한 관련 규정을 어긴 불법행위다. 무등록업체도 많다. 해당직종에서 10년 이상 근무했거나 공인노무사 공무원으로 노무분야에서 10년 이상 근속한 자, 직업관련 상담업무 또는 노동조합업무종사자로 10년 이상 종사한 사람등으로 자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91년에는 일부 업체대표들이 무허가영업 때문에 직업안정 및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기소됐다가 선고유예된 적도 있다. 게다가 업계나 사회일각에서는 애써 키워놓은 인재를 빼내가는 부당 스카우트대행사쯤으로 이해한다.

때문에 서치펌들은 단순알선이나 중개가 아니라 조사업무를 포함해 인력활용에 관한 자문도 해주는 전문컨설팅업임을 강조하며 정부의 제도정비를 촉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초 전문·준전문 인력에 대한 알선업이 개방됐고 내년에는 전면개방돼 다국적기업의 상륙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인재는 사회의 공유재산인만큼 서치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물론 제도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드헌터 이러한 인재를 탐낸다/외국어능력·현업종사여부 중시/영업 설득력·관리 정확성·사장급 리더십 무게

취업전문지 「월간 인턴」이 최근 대기업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직관련 의식구조조사에서 10명중 7명이 장래성 부족과 직무불만등을 이유로 직장을 옮기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1.1%는 「능력만 갖춰지면 현 직장을 사직하겠다」고 답했고, 「자기사업을 적극적으로 구상한다」거나 「지금이라도 기회가 주어지면 직장을 옮기겠다」는 응답자도 각각 21.0%, 18.4%였다. 헤드헌터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헤드헌터들은 그러나 현업에 있는 고급인력만을 원한다. 의뢰가 오면 2∼3배로 추천하는데 사전에 우회적 질문등으로 엄격한 면접을 실시한다. 이때 평가기준은 연령 직급 직종별로 큰 차이가 있지만 크게 업무능력과 기본자질로 대별된다.

우선 업무능력은 해당분야의 실적이나 경력등으로 평가하지만 반드시 동종업계 종사자나 소속회사의 상사 또는 부하의 의견을 간접적으로 듣곤 한다. 기본자질에 대한 항목은 리더십 사교성 가정상황 이니셔티브 스트레스관리능력 계획성등이며, 영업직은 사교성 설득력, 관리직은 정확성 안정성, 사장급은 리더십에 무게를 둔다. 현재는 서치펌들의 주고객이 외국법인들이어서 외국어능력이 최우선임은 물론이다.<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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