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의 비극 해피엔딩 처리 돋보여「달과 꼭지」는 「하몽하몽」을 만들었던 스페인의 비가스 루나감독의 신작이다. 「하몽하몽」은 성적 욕망에 의한 인간 관계의 고통스런 뒤얽힘과 비극적인 파멸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성의 상처에 반발하듯이 「달과 꼭지」는 성의 안락함과 건강함을 상징과 은유로 접근하는 우화적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 밀실의 에로티시즘을 긍정적 입장에서 풍자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전형화하지 않은 코믹한 캐릭터들의 설정은 비가스 루나감독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돋보이게 한다. 영화의 주인공이면서 화자인 아홉살 소년 테테는 갓난 아기인 동생에게 어머니의 젖과 사랑을 빼앗겼다는 질투심을 갖게 된다.
소년은 자신에게 젖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사랑의 대상을 찾는다. 이윽고 그와 마을 청년 미겔은 프랑스에서 온 여자무용수를 사랑하게 된다.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희한한 방귀쇼를 벌이는 남편의 부인이다.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의 게임이 갈등을 거쳐 희망적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통념에서 벗어나 있는 등장인물들의 성적 관계들이 관객의 단순한 호기심과 익살스러운 재미만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채로운 성적 이미지들이 몽유병적인 어린 아이의 순수한 시각으로 읽혀지기에, 성이란 사랑의 중요한 매개라는 인식이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지게 된다.
여자 무용수는 테테의 바람, 미겔의 열정, 남편의 질투 모두를 이해하고 감싸안는다. 이 점은 영화가 여성성과 모성애를 강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달과 꼭지」의 독특한 점은 고정관념을 전복시키는데 있다. 대부분의 영화들에서 어린이와 노인은 성이 거세된 중성의 의미로서 역할이 주어진다.
또한 남녀간의 삼각관계는 일반적으로 비극적으로 결말이 난다. 그러나 「달과 꼭지」에서는 어린 소년이 성에 관해 주체적 자각과 환상을 갖는 존재로 해석된다. 삼각관계의 비극성 대신 행복한 관계로 마무리되는 것은 이상을 영화 속에서 실현코자 하는 의도이다.<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편장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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