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부재·구조취약 등의 근거 제시는 적절언론학 이론에는 언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두가지 학설이 있다. 하나는 언론이 사회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현실반영론」으로 이른바 언론의 사회에 대한 「거울이론」이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언론이 단순히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회적 현실을 구성하고 규정한다는 주장으로 이를 「언론에 의한 현실구성론」이라고 한다.
오늘날은 전자의 주장보다는 후자의 주장이 보다 설득력이 있고, 언론과 사회의 관계를 보다 잘 설명하고 있다고 받아들여 지고 있다. 이는 언론이 특정 사회현실들을 취급하고 주목해 줌으로써 그것들을 접하는 수용자들의 현실감각을 구성시켜 준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요즘 언론에서 시끌벅적하게 제기하고 있는 「경제생활의 악화」와 이와 연계된 「사치성 소비재 수입증가 및 호화판 생활풍조와 과도한 해외여행 증가」에 대한 우려섞인 지적과 부각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일보도 7월2일자 1면 톱기사에서 「사치성 소비재 수입 월 1조원」이라는 표제의 기사에서 우리 국민들의 과도한 사치풍조를 지적하고 있다. 「1만달러 소득에 소비는 3만달러 수준」「흥청망청 풍조 경제타격」「해외여행경비 물쓰듯」등의 부표제들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우리 국민들의 소비실태를 비아냥조로 힐난하고 있다.
나아가 7월3일자 사회면 톱기사에서는 보다 상세하게 과소비실체의 예를 들고 있다. 「호화사치 해도 너무한다」의 표제하에 「수백만원 속옷―수천만원 모피―억대 가구까지」「골프채 없어 못팔고 고급살롱 만원」「올 휴가철 해외여행객 사상최대 예상」「중산층까지 급속 확산」의 부표제들로 구체적인 과소비현상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기사들로 인하여 일반 소비자들은 우리의 경제가 심각한 상황이며 그에 대한 원인이 우리 국민들의 과소비로 인한 것 같은 인상을 갖게 된다.
더욱이 이러한 기사들이 연속적으로 게재됨으로써 경제가 아주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만든다. 따라서 국민들의 경제활동을 더욱 위축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러한 기사들을 보면서 「현재의 경제상황이 정말 위급한 상황인가」「우리 국민들의 소비양태가 실제로 과소비적인가」「해외여행이 흥청망청의 과소비적 양상인가」등에 대한 의문들을 제기하게 된다.
올해의 경제전망은 2·4분기까지만 해도 전반적인 낙관분위기였으며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극히 희망적이기까지 했다. 또한 경제상황을 불황으로 빠뜨릴 수 있는 「국회의원선거」기간에도 우리나라의 어떤 언론매체에서는 경제상황을 우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3·4분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그리고 방학 등의 휴가시기를 앞두고, 경제상황이 악화일로의 상태이며, 원인이 마치 해외여행을 비롯한 과소비적 양태에 있음을 지적하고 나섰다.
경제상황이란 어느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낙관적일 수 있고 또는 비관적일 수 있다. 현재의 경제상황도 일반 민간연구소는 다소 비관적인 시각을, 정부측에서는 다소 낙관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지나치게 비관적인 시각은 무엇을 근거로 제시된 것인지 의문이 간다.
또한 이러한 경제불황이 왜 국민들의 과소비경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몰아가는가 하는 점이다. 어떤 사회든 경제적 불황은 「국민들의 소비경향」보다는 「경제정책의 부재」「경제환경의 변화」「경제구조의 취약성」등의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7월2일자 13면에서도 이를 잘 제시하고 있다. 즉 현재의 경제정책이 장기간 표류함으로 인하여 기업의 경영이 방황하고 있고 투자가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7월1일부터 갑작스럽게 인상된 공공요금들과 일반 소비재 상품들의 가격인상에서 급격한 소비지출의 상승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이에 대한 지적을 외면하고 있다.
일부 소수층의 과다한 소비가 우려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우리 경제의 불황의 근원은 아닌 것 같다. 나아가 해외여행이 그러한 범주에 들어간다고 하는 것은 적절한 지적이 아닌 것 같다.
보다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현재의 경제상태를 점검하고 그것이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면 그것의 근원을 단순하게 소비자들의 과소비에만 떠넘기지 말고 보다 구조적이고 상황적인 원인들을 찾아내 그것들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스럽다 하겠다.<백선기 경북대 교수·미 미네소타대 신문학박사>백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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