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에 억류중인 국군 포로 송환을 위해 대책기구를 만들기로 한 것은 때늦게나마 그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길을 찾아나섰다는 점에서 일응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사실 휴전후 미귀환 실종자가 수만명에 이르고 그 가운데 상당수가 북한에 포로로 잡혀 강제노역에 신음하고 있음을 짐작하면서도 45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송환 노력이 없었다는 것은 좀 심하게 말한다면 대한민국이 국가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추궁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40여년이 지난 유해라도 찾겠다고 끈질긴 교섭을 해 온 미국의 경우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갔다가 적군에 잡힌 우리 장병을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실종자나 전사자로 처리한 채 방치한다면 앞으로 유사시에 누구보고 어떤 명분으로 군에 들어와 달라고 호소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생각이 미쳤다면 실종자 수색과 송환작업은 어떤 어려움이 있었다 해도 열 일을 제쳐두고 벌써 이루어졌어야 할 일임이 분명하다.
국방부 발표로 보도된 내용을 보면 정부는 국군포로 송환문제를 앞으로 남북대화가 재개될 경우 정식 안건으로 제기하기로 하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관련정보 수집과 송환 노력을 적극적으로 펴나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방부 정책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6·25 전쟁포로 및 실종자 송환촉구 대책추진위원회」가 구성돼 남북대화에 대비한 준비작업에 곧 착수할 예정이다.
이같은 송환대책과 함께 국방부는 휴전당시 미송환 국군 실종자 및 포로가 4만여명에 달했으나 그중 2만여명은 사망한 것으로 판단돼 지금 북한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포로는 2만명 정도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수치도 그동안의 자료를 모아 집계한 추정치일 뿐이다.
아직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가 허다하므로 생존포로의 정확한 숫자는 북한이 밝히지 않는 한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돌아온 사자」 조창호소위의 탈출 귀환이 바로 그 답답한 현실을 웅변한다. 6·25때 포로로 잡혀 43년동안 온갖 노역에 시달리다가 94년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후 중국 밀항선으로 귀환에 성공하기까지 조소위는 국립묘지에 위패로만 남아 있었다.
한국전쟁 포로는 정전협정에 의해 남북간에 교환이 있은 뒤로 공식적으로는 더 이상 없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실종 국군 중 상당수가 아직 북한에 억류돼 있다는 미확인 정보는 탈북자의 증언을 비롯해 여러 경로로 입수되고 있다. 송환은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져야 하고, 거기에는 국가의 존립 이유가 걸려 있다는 당위마저 외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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