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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정권 생존전략 군부 의존 더심해질듯/이종석(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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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정권 생존전략 군부 의존 더심해질듯/이종석(전문가 진단)

입력
1996.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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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로 북한은 김일성사망 2주기를 맞는다. 외부세계에서 그의 사망은 역사의 한 부분이 되었지만 북한에서는 여전히 그의 숨결이 거세게 느껴지고 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구호가 이를 잘 웅변하고 있다. 그러나 사자의 현실 통치는 어디까지나 「상징적 의미」를 지닐뿐이다. 실제에서는 그 「상징」을 이용하는 통치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가 바로 후계자 김정일이다.김정일은 김일성이 수령으로서 생전에 맡았던 당 총비서와 국가주석직을 아직 계승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절대권력자다. 그의 절대성의 상징은 「위대한 영도자」라는 호칭에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그의 절대권력을 보장하는 공식직책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과 국방위원회 위원장이다. 여기서 최고사령관은 군대를 총괄하는 지휘관이라는 의미와 함께 부대의식이 일상화된 북한이라는 병영국가의 최고지도자라는 이중의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김정일이 이끄는 이 병영국가 북한은 지금 그의 「위대한 영도」에 대한 칭송과는 대조적으로 심한 침체에 빠져 있다. 그 침체의 징후는 무엇보다도 내부자원의 고갈 속에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경제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극심한 식량난은 북한경제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가족의 확대된 이미지로서의 국가」를 지향하는 가족국가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 나라이다. 이 가족국가의 최고윤리는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과 효성이다. 그러나 개인숭배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충성과 효성은 지금까지 그 대가로 인민들에게 먹고 입는 문제를 해결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따라서 만약 지금처럼 최소한의 먹는 문제도 해결해주지 못할 때, 북한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개인숭배 문화의 재생산에 참여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김정일은 북한의 생존을 위해서 어떤 전략을 구사해 나갈것인가? 아마 그의 생존전략의 기본틀은 자기 정권의 유지와 그것을 전제로 한 북한체제의 현상유지일 것이다. 그러나 현체제의 현상유지가 어려울 경우 그는 자기 정권의 유지가 가능하다면 이 체제의 성격 변화도 감수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김정일정권의 생존전략은 분명해진다. 김정일은 지금 개방으로 상징되는 대외경제관계의 확장이 북한경제가 회생할 유일한 출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가 보다 대담한 개방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적지않다. 그러나 문제는 개방이 몰고올 체제내의 파장이다. 개방을 하게 되면 다원적인 시장 요소가 유입되게 되고 그것은 일원적인 북한사회에 심각한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정일에게는 개방에 대비한 체제재편이 필요했으며 그 대안이 바로 군의 역할 증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정일은 유사시 발생할지도 모를 사회동요를 진압할 최종 안전판으로서 군에 대한 완전한 장악체계를 구축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그는 총을 든 군인들을 사회 각 방면의 사업장에 앞장 세움으로써 개방이건 개혁이건 그것이 일사불란한 명령체계속에서 진행되어야 함을 전체사회에 보다 분명하게 주입시키려 하는 것 같다. 결국 병영사회주의를 넘어서 사회주의적 개발독재를 위한 군사국가로의 재편이 김정일 정권이 가는 길이 아닌가 여겨진다.<세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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