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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둥지」 언제까지/김인규 국제2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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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둥지」 언제까지/김인규 국제2부장(메아리)

입력
1996.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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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형 전부총리가 엊그제 한국 야구위원회(KBO) 제9대 총재에 올랐다. 신임 홍총재 본인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KBO총재직이 연이어 「자리없는 고위인사의 임시 보직」으로 전락한 것같아 마음이 언짢다.KBO총재는 현정부가 들어선 이후 4명이 모두 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6공 시절 총재직에 올랐던 이상훈 전국방장관은 율곡비리로 문민정부 출범 6개월 뒤인 93년 7월 불명예퇴진했다. 후임들인 오 명 권녕해 김기춘씨는 각각 교통부장관, 안기부장 취임과 국회의원 당선등의 사유로 총재직을 떠났다. 이상훈씨가 현정부 사람이 아닌 것을 감안할때 KBO총재직은 보다 나은 다음 자리를 보장하는 확실한 교두보가 돼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KBO총재 자리는 이같은 차기보직 대기소가 돼서는 안된다. 총재, 즉 영어로 커미셔너는 특정 프로스포츠의 품위와 질서유지, 붐을 조성하기 위한 전권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해당 경기단체의 수장이다. 당연히 그 종목에 대한 애정과 전문적 식견을 갖추어야 한다. 이같은 선행조건을 구비하지 않았다면 일정 수련기간이 지난뒤 충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임기라도 마치게 해야 한다.

문제는 총재의 잦은 교체가 KBO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는데 있다. KBO규약에는 분명히 8개 구단주로 구성된 총회가 총재를 선출하게 돼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규약은 사문화해왔다. 그간 총재는 권력상층부에서 특정 인물을 낙점, 체육담당 부처에 하달하면 이 부처는 구단주들을 모아 사전조율이라는 명목으로 상부의 의중을 전하는 식으로 선출됐다. 구단주는 물론이고 프로야구계 인사들의 뜻은 무시되는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왔다.

정부투자기관은 물론이고 스포츠등 각종 단체의 장자리를 흡사 봉토 나누듯 한다는 시중의 비판에 여권 핵심부는 귀기울여야 한다. 신임 홍총재도 이같은 여론이 돌고 있음을 알아야 하고 더 나아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어떤 자리가 제의되더라도 내년 3월까지는 물론이고 이후 3년의 추가임기 역시 맡겠다는 각오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KBO를 임시 둥지로 생각한다면 홍총재나 프로야구계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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