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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9단」들의 정치실력(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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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9단」들의 정치실력(장명수 칼럼)

입력
1996.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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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구성도 못한채 한달이나 표류하던 15대 국회가 4일 원 구성을 하고 벼락치듯 의장단을 선출한후 첫 회기를 마쳤다. 출범의 기쁨도 국민의 축하도 없는 삭막한 개원이었다. 지루했던 개원협상을 끝낸 3당 총무들은 3일 밤 손을 맞잡고 활짝 웃었으나, 그 구태의연한 포즈는 국민의 혐오감을 부채질했다.4·11총선 결과에 나름대로 만족했고, 14대 의원의 절반을 낙선시킨 신인돌풍에 「새정치」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냉랭한 눈으로 개원식을 지켜 봤다. 기대도 신뢰도 사라진지 오래였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시작된 여당의 당선자 영입 작전, 대규모 집회를 불사하는 야당들의 강경투쟁, 법으로 정해진 개원일을 한달씩 넘기면서 날이면 날마다 의사당에서 벌어진 몸 싸움은 국민의 한가닥 희망을 짓밟기에 충분했다.

개원협상 타결과 함께 발표된 여야 합의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그정도의 합의를 얻기위해서 한달씩 원 구성도 못한채 사생결단을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4·11총선 부정의혹을 다룰 국정조사 특위 구성, 선거법·정치자금법·방송법등과 「선거관련 공직자」의 중립성 제고를 위한 관계법 개정을 논의할 제도개선 특위 구성, 상임위원장 배분등 합의에 이른 3개항은 정상적인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수 있고 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검찰과 경찰의 중립화는 정부수립이후 정치발전을 가로막아온 엄청난 걸림돌을 제거하는 중대한 작업이고, 선거법 개정등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국회의원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그 일들을 하기위해 그토록 무리하게 싸워야 했을까. 소위 「정치 9단」이라고 자타가 공인해 온 여야 지도자들이 절대권력을 틀어쥐고 진두지휘했던 정치가 겨우 그 수준이었다면 앞으로 그들에게 무슨 기대를 걸 수 있을까.

국민은 이제 정치지도자들의 속셈을 알대로 알아버렸고, 그들이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액면대로 믿을 마음이 전혀 없다. 국민은 모든 정치현상을 「97년 대선을 향한 3김씨의 파워게임」이라는 열쇠로 풀고 있다. 그들이 「정치 9단」이라면 그들의 속셈을 읽는 국민의 실력은 이미 10단을 넘어선지 오래다.

국민은 3김씨를 포함한 그 어느 정치인에게도 기대나 신뢰의 감정을 품고 있지 않다. 97년 대선에서는 할수없이 그 누군가에게 투표하겠지만, 그것은 어쩔수없는 선택이지 기쁜 선택이 아니다. 15대 국회는 승자없는 싸움을 끝내고 드디어 개원식을 가졌다. 기대도 신뢰도 잃은 공허한 국회, 『국회가 민주주의의 고향이 되기를 바란다』는 김영삼 대통령의 연설문은 공허함을 더해줄 뿐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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