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임명장 8만여장 썼죠”임명장 쓰는 일로 평생을 보낸 총무처 최고령 정태룡씨(66)가 6일로 40년에 걸친 공직생활을 마감한다. 경기 이천농고를 졸업한 뒤 56년 고향인 여주군에서 지방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정씨는 62년 총무처로 전입한 이래 붓글씨만 써온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정씨의 업무는 정부인사 발령에 따른 대통령의 임명장을 붓으로 쓰는 일. 63년 이후 인사발령이 난 5급이상 공무원은 어김없이 정씨가 쓴 임명장을 받았다.
정씨가 지금까지 쓴 임명장은 모두 8만여장. 지금도 직접 먹을 갈아 임명장을 쓴다. 주위에서는 그 흔한 붓펜을 두고 왜 굳이 먹을 가느냐고 타박하기도 하지만 정씨는 개의치 않는다.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는 것은 그 자체가 영광인데, 밋밋하고 멋대가리 없는 붓펜으로 써서 되겠느냐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의 고집은 인사결재서류의 한자이름을 자필로 쓰는 데서도 확인된다. 예전에는 기안문이 달리 없어 펜글씨 등으로 인사결재서류를 작성 했지만 기안문이 생겨난 뒤로는 자필로 할 필요가 없는데도 한자 인명만큼은 꼭 손으로 직접 쓴다. 정부는 정씨의 꼿꼿한 외길인생을 기려 지난 6월말 녹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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