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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일선단체장 4인 좌담(지방자치 1년:11·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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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일선단체장 4인 좌담(지방자치 1년:11·끝)

입력
1996.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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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우선 행정 실현 성공적 출발”/중앙·지방 지역간 마찰 등 일부 문제점/새로운 협력관계 향한 시행착오 과정/자치단체·주민·지역경제 3자 견제와 균형 중요/참여자세·감시역할 등 의식의 변화 함께 따라야한국일보사는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와 공동으로 지방자치 1년의 공과를 종합분석·평가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10회에 걸쳐 연재해왔다. 그 마지막회로 전문가와 일선 단체장의 좌담을 통해 자치 1년을 종합점검하는 것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이인제 경기도지사, 이신행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명구 아주대 행정학과 교수, 석영철 내무부차관보가 참석한 가운데 이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을 정리한다.<편집자 주>

□참석자

◇이인제 경기지사

▲48세·충남 논산 출생

▲서울대 법학과

▲대전지법 판사, 통일민주당 대변인, 노동부장관

◇이신행 교수

▲54세·대구 출생

▲연세대 정외과 및 동대학원

▲미 뉴욕대 정치학박사

◇강명구 교수

▲41세·충북 중원 출생

▲한국외대 영문학과 및 서강대 대학원

▲미 텍사스주립대 정치학박사

◇석영철 내무차관보

▲55세·충북 충주 출생

▲고려대 법학과

▲내무부 민방위국장, 충북부지사, 내무부기획관리실장

▲사회=지난해 이맘때 지방자치제가 본격 실시됨으로써 우리는 「외발 수레」에서 「두발 수레」로 바꿔 탔습니다. 두발 수레는 바퀴가 하나인 수레보다 훨씬 안정감있고 편안합니다. 우리 생활과 지방 행정에 큰 변화를 가져온 지방자치제 출범 1년을 맞아 그동안의 성과와 의미, 문제점과 대안을 찾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성과와 의미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이인제=일선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지난 1년은 지방자치라는 배가 출항하기위한 준비기간이었습니다. 자치단체장들은 나름대로 비전과 공약을 갖고 출발했지만 사실은 중앙집권적 정책과 거기에 익숙한 사람들 속으로 홀로 들어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간의 협력관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등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상호 이해와 협력의 틀을 다지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자치단체는 지역의 특수성과 전통에 맞춰 정책을 펴나갔습니다. 이런 점에서 놀라운 진보가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자제 1년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싶습니다.

▲석영철=지난해 지자제가 전면 실시될 때 지방행정 경험이 없는 분들이 과연 잘 해나갈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선 그 우려가 「기우」였음이 밝혀졌습니다. 주민을 먼저 생각하는 행정, 지역 다양성을 반영하는 행정이 펼쳐졌습니다. 경영의 원리가 도입돼 경쟁력도 높아졌습니다. 지자제의 큰 틀이 잡혔으니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합니다.

○민주화·개혁 연장

▲강명구=지자제 실시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성과입니다. 집권층 입장에서는 지방 분권이 하등 좋을 게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제가 실시됐으니 의미가 큽니다. 행정기관이 주민을 먼저 의식하는 발상의 전환을 가져온 점 또한 큰 변화입니다.

지금 시점은 지자제를 왜 하느냐는 본질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라고 봅니다. 지자제는 민주화 또는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권력의 분권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로 우리도 이에 발맞추고 있는 겁니다. 또 지방자치를 통일문제와 연결시켜 생각할 때가 오고 있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회=지난해 심은 씨앗에서 어느덧 첫 잎이 돋았으니 감격스런 일입니다. 그러나 문제점이나 부족한 점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부족한 것이나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 있었다면 그 대안은 없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자치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재정빈곤과 중앙정부의 간섭·통제가 큰 문제일 것 같은데요.

▲이인제=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위상과 역할이 달라졌지만 둘 다 그 변화에 적응을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중앙정부는 자치단체의 창의성·특수성·주민대표성을 인정하고 애정과 신뢰로 견제와 충고를 했어야 합니다. 또 자치단체는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자치공간을 넓혀나갔어야 합니다. 둘 다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주민설득 주체로

주민과의 관계에서는 집단 이기주의의 표출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자치단체가 주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주체가 됐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석영철=자치단체는 우선 재정 부족을 문제로 꼽습니다. 실제로 세금중 국세가 78%고 지방세는 22% 밖에 안됩니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들은 『우리 몫을 더 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재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중앙 정부의 간섭 혹은 통제가 심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중앙정부가 반성할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과거보다 간섭·통제가 많이 줄었습니다. 서울시 본청 직원 1만5천5백22명중 내무부장관의 협의를 거쳐 임명되는 직원은 14명밖에 안됩니다. 그들도 대부분 국가 위임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지요. 조직 총수, 공무원 총정원 제한도 2기 단체장이 선출될 때쯤이면 사라질 지 모릅니다.

자치단체들은 또 그린벨트 조정권이나 국립공원 관리권등 중앙정부의 각종 권한을 넘겨달라고 합니다만 그렇게 하면 결국 자연 보전보다는 개발쪽으로 가지 않겠습니까.

▲강명구=지난 1년간 발생한 갈등들은 중앙과 지방의 갈등, 자치단체와 주민의 갈등으로 대별됩니다. 전자는 조직·인사권, 재정권 등 정치적으로 해결할 것들로 이중 재정이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재정은 어디까지나 자치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돈없다고 자치 못한다면 세계에서 자치 제대로 할 나라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앙정부가 자치단체에 재정의 자율성을 더 주고 대신 책임도 더 강하게 묻는다면 양자가 함께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치단체와 주민의 갈등은 결국 지역이기주의 문제와 연결됩니다. 이를 막기위해 자치단체는 행정정보 공개등을 통해 주민의 의심을 분명하게 풀어줘야합니다. 그런 뒤에나 대화와 타협이 가능합니다.

민원행정도 친절해졌다고는 합니다만 자칫 전시·애드벌룬 행정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보다는 행정조직의 건실화를 기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우리 지역사회의 사회적 참여망이 아직 혈연 지연 학연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겁니다. 종교단체나 친목회, 이익단체가 큰 영향을 미치죠. 지자제도 자칫 이런 요소들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역개발 욕구 커

▲사회=지역 주민들에게는 지역개발과 경제활성화의 욕구가 매우 강합니다. 자치단체장들이 주민들의 이런 기대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이인제=사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자치단체가 과거처럼 양적·물적 개발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환경친화적이고 주민복지·교육시설·사회간접자본을 고려한 개발과 경제활성화를 추구하고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사회=주민들은 자치단체를 시혜를 베푸는 기관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자치단체는 주민과 함께 올바른 정책을 만들고 펴나가는 곳입니다. 이 때문에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인제=저는 세미나 공청회 민관위원회 운영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책 구상단계에서부터 주민과 직능사회단체의 의견을 수렴합니다. 이런 방식을 통하면 예기치 않는 저항도 피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에는 행정모니터제도가 있어서 언제든 주민의견을 듣습니다. 국회도 주민투표제도를 도입하려고 합니다만 앞으로 주민 참여가 전제되지 않는 정책은 지지받기가 어려울 겁니다.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석영철=주민 참여보다 의식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에 사람들은 지자제를 「만병통치약」쯤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단체장은 민원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주민이 의식을 바꿔 감시자 노릇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집행부서와 지방의회가 유착하거나 언론과 기타 사회단체가 자치단체를 견제하지 못하면 결국 주민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강명구=주민의 의견을 정확히 묻기는 어렵습니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의견없다는 대답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주민의 목소리를 묶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중간자로서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지방의회도 마찬가집니다. 매우 열심히 일하는 지방의원들이 있지만 아직은 활성화가 덜 됐습니다.

▲이인제=자치단체의 영역에 제한이 있다보니 지방의회 또한 활동영역이 좁아지는 면이 있습니다. 중앙과 지방의 신뢰가 형성되고 자치공간이 확대되면 지방의회도 더 활성화할 겁니다.

▲사회=국민의 절대 다수는 지자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합니다. 이런 기대를 수용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이 높은 기대를 바탕으로 지자제의 미래를 전망해주시죠.

▲이인제=사회가 다원화하고 절대빈곤에서 벗어난 지금 국민의 욕구는 매우 다양합니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도 지방 주민의 편의와 지역특수성을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통제하기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지자제가 국가 경영의 새로운 원리가 된 것이죠. 문제는 지자제가 완결된 것이 아니라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는 점입니다. 주민 자치단체 중앙정부 그밖의 여러 사회단체 모두가 지자제에 기여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수준이 높고 협력과 참여가 많아 장래는 낙관적입니다. 중앙과 지방, 광역과 기초단체가 다소 마찰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유기적 협력관계가 맺어질 겁니다.

○감독사고서 탈피

▲석영철=지난해 지자제 출범 당시 『아직 이르다』 『광역이나 기초중 하나만 해보자』는 등 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기대에 부응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제 후퇴는 있을 수 없습니다. 발전만이 있을 뿐이죠. 다만 지방 선거가 거듭되면서 지자제 출발 당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단체장이나 의회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되는 면도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는 더 잘 될 겁니다. 우리 내무부도 이젠 감시·감독·통제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치단체를 지원·대변하고 갈등의 해결에 전념할 것입니다.

▲강명구=저도 「조심스러운」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합니다만 낙관합니다.

앞으로는 한국적 지방자치 모델 형성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될 것입니다. 한국적 지방자치 모델의 핵심은 균형과 상호 믿음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자치단체와 지역주민, 지역경제 3자간의 효율적인 견제와 균형이 필요합니다. 자치단체는 행정의 효율성을 꾀하고 시장메커니즘을 도입하며 주민의 민주적 참여를 유도해야 합니다.

▲사회=지자제 1년에 대한 평가와 관심이 문민정부 출범 1년의 그것보다 훨씬 더 뜨겁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것은 지자제가 우리 사회의 민주적 공공권역이 형성, 확대되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이 다져지는 계기가 됐기 때문일 겁니다. 또 87년 이후의 민주화 과정에서 지자제가 정치적 자기 정체성을 확인시켜주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좋은 말씀은 우리가 지자제를 평가하고 전망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정리=박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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