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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 문화상품” 성담론서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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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 문화상품” 성담론서 봇물

입력
1996.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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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 논의돼야할 대상” 인식 확산/문학·학술 등 올들어 100여종 쏟아져/「현대사회의 성·사랑·에로티시즘」「종교에 나타난 성」「모남갈녀훈」 인체사진집 「몸」…성은 인간의 시들지 않는 관심이자 영원한 욕망인가. 이 시대의 주요화두로 부각된 성을 다룬 책이 올들어 100여종이나 쏟아져 나왔다. 보고 싶기는 하지만 체면과 주위의 눈길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던 성에 대한 책들은 문학과 역사, 고전등 다양한 형식을 빌려 점차 재미와 함께 품격을 갖춰가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사회의 성·사랑·에로티시즘」(새물결간) 「종교에 나타난 성」(동심원간) 「모남갈녀훈」(청림출판간)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 성담론서가 새로 나왔다.

「현대사회의…」에서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인 사회학자 앤터니 기든스는 남녀간의 사랑, 부모―자식간의 관계, 동성애등의 역사적 변화양상을 자료를 근거로 분석한다. 「사랑, 섹스, 그리고 다른 중독들」 「인격적 교란, 성트러블」 「섹슈얼리티, 억압, 문명」등 10장으로 구성된 책은 사랑 헌신 섹스등 성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여러 관계와 현상을 새롭게 조망한다.

「종교에 나타난 성」은 영국의 심리학자이며 종교연구가인 조프레이 파린더가 각 종교의 기록을 인용, 종교별 관점차이를 고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성행위를 종교의식으로까지 끌어올리고 있으나 기독교에는 보다 정신적인 사랑, 즉 아가페를 위해 인간적인 성을 억압하는 금욕주의가 짙게 깔려 있다. 중국의 양과 음의 이론은 남성과 여성을 극단적으로 상징화, 추상화시켜 우주의 생성·변화원리로 삼으려 했다. 다양한 성적 태도와 교리를 비교·검토한 그는 미래의 인류를 위한 새로운 성윤리를 모색하고 있다.

법의학자인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의 「모남갈녀훈」은 그가 다루었던 성범죄사례의 이면분석을 통해 성도착의 여러 형태를 살피고 성범죄와의 관련성을 추적, 성행위와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주고 있다. 제목의 모남은 병적이랄 정도로 충동적인 성행동을 보이는 여성음란증 또는 모남증에서, 갈녀는 이상한 호색행위를 보이는 남성음란증 또는 갈녀증이라는 이름에서 따왔다. 성도착의 본질, 성범죄와 성심리, 동성애, 노출증 등을 다루었다.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아름다운 여체미 등 인간의 몸을 주제로 한 걸작사진 360여장을 모은 사진작가 윌리엄 유잉의 「몸」도 눈길을 끈다. 12개 테마로 나누어 인체사진을 싣고 그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성을 가공한 출판상품, 즉 성담론서가 쏟아져 나오는 현상에 대해 문화평론가 김성기씨(36·서울대 강사)는 『소비·레저문화의 활성화로 여유가 생기면서 성도 하나의 세련된 문화상품이 되고 있다』며 『이제는 성을 개인의 내밀한 영역이 아니라 공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토론해야 할 사회적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성담론서를 꾸준히 찾는 것 같다』 고 말했다.

그러나 에로물에 가까운 의사성담론서도 많다. 학문적·철학적으로 접근한 진지한 성담론서는 거의 팔리지 않는 반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임상체험을 활용한」 상업주의적 성서적들이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여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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