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안정 주력 “화합의 길” 나설듯/민주화·개혁 수정보완 불가피/선거후유증 치유·건강도 숙제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집권 2기의 막이 올랐다. 민주화와 시장경제체제를 향한 러시아의 개혁정책은 그의 재선으로 새 단계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옐친은 우선 정치안정을 최우선과제로 설정하고 있어 새 내각에 군소정파의 인물을 등용하는 화합과 화해의 방향으로 국정운영의 가닥을 잡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구공산체제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공산당을 포용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공산당의 존재가 정치와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판단, 부분적으로 통제를 가할지도 모른다.
그의 집권 2기는 또 기존의 민주화 개혁 노선을 답습하면서 부분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작업에 전념하는 기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선투표에서 나타난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후보의 지지표만도 40%가 넘는다. 이는 그간의 개혁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이 아직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옐친은 대선과정에서 표출된 개혁소외 세력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재조정하는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레베드가 주창하는 「민족주의 경향」이 어느정도 가미될 것인지 여부다. 위대한 러시아 건설을 앞세운 레베드는 러시아의 전통에 근거한 강력한 통치체제에 근대 자본주의를 혼합한 「개발독재형」을 선호하고 있어 「러시아식 경제개발」구호가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선 후유증 해소도 옐친정권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대선 기간에 옐친진영에 의해 뿌려진 천문학적인 돈과 즉흥적인 정책 결정에 의한 선심공약 등은 앞으로 상당기간 러시아 경제에 주름살을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옐친정권의 외교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다. 다만 기존의 친서방 외교노선을 근간으로 세계무대에서 러시아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일부수정될 것이다. 러시아는 특히 미국 중심의 「1극 체제」가 세계평화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한다고 보고 국제기구를 통한 문제해결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반도 정책과 관련해서는 올해초부터 본격화한 대북 접근정책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외교소식통들은 러시아가 북한 핵문제와 4자회담 문제등으로 한미 양국에 섭섭한 감정을 갖고 있어 한반도에서 과거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남북한 등거리 외교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옐친의 집권 2기는 출발부터 안정적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옐친은 중병설 소동에도 불구하고 많은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건강이 불투명해 러시아의 앞날에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가 건강상태로 볼 때 당분간 정국을 전면에서 이끌어 가는 대신 요양에 전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럴 경우 국정은 일정기간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와 알렉산데르 레베드 국가안보위 서기라는 「쌍두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관측되지만 이들과 옐친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이른바 「가신그룹」간에 치열한 권력투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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