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서점가 비디오 「실화」 강조 공포물 인기/극도의 잔인성 생생히 묘사 감각마비 유발도무덥고 축축한 날씨와 함께 본격적인 납량물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 신세대를 겨냥한 납량물들은 단순한 상상속의 창작물이 아니라 체험수기및 대학가주변에서 직접 경험했다는 실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만큼 체감공포의 정도가 더욱 크다. 게다가 극도로 잔인한 장면을 상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충격효과의 상승작용을 노린다. 한마디로 「사실감」과 「자극의 극대화」가 특징이다.
『…거울에 비쳐진 창밖 커튼에 이상한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눈을 감고 보지 않으려 했는데 온몸이 끈으로 칭칭감긴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고 손가락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하이텔에 실린 한 여중생의 「가위눌린 체험담」이다. 이 글은 게재된지 이틀만에 24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혹시 예전에 자신도 모르게 자기의 집으로 습관적으로 전화를 걸어본 기억이 있습니까? 자기집에서 자기의 집으로 전화를 걸면 통화중 신호가 울리게 되죠. 하지만 이글에서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하이텔에 「전화기」라는 제목으로 올려진 체험적 공포물의 한 문구이다. 게재 5일만에 2,000회 조회됐다.
이같은 특징은 방송계나 독서계에서도 마찬가지. KBS 2TV의 「코미디 1번지」는 실화처럼 전해내려오는 대학가 얘기를 8월중순까지 방영한다. 첫회인 4일에는 수원여전 치위생학과의 얘기. 사랑하는 남자의 애인을 물에 빠뜨린 한 여학생이 어느날 낚시터에서 주워 온 「틀니」를 교재실에 두는데 이날부터 교재실에서는 밤이면 덜그럭거리며 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얘기이다.
또 서점가에서 가장 잘 팔린다는 「공포특급시리즈」「쉿」등의 책은 짤막하게 개인의 체험담이라는 형식을 빌려 최대한의 공포효과를 노리고 있다.
영화와 비디오쪽에서 드라큘라류의 전통적인 소재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고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잔인한 장면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공포물들이 대부분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13일 개봉되는 컬트영화의 명작인 데이비드 린치감독의 「이레이저헤드(Eraserhead)」는 접시 위에서 팔딱거리는 닭요리, 온몸이 붕대로 감긴 기괴한 모습의 아기, 연필공장의 지우개로 쓰이는 주인공의 머리, 갈라진 아기의 배에서 쏟아져 나오는 벌레등 충격적인 장면들로 벌써 공포영화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올 여름 비디오 게임의 특징역시 생생할 정도의 잔인함이다.「금세기 최고의 공포물」이라 불려지는 32비트 게임 「바이오헤자드」에서는 새가 사람의 눈을 파먹거나 얼굴의 반쪽이 해골인 괴물이 인육을 먹는 장면이 생생하게 연출되는 게임이다. 이 비디오 게임은 현재 불법유통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더운 여름밤이면 PC통신의 공포물 코너나 게임으로 더위를 식힌다는 손해석씨(26·중앙대 기계공학4)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납량물이라면 가공적인 얘기들이었지만 요즘은 너무 그럴듯해 낮에도 소름이 끼칠 정도』라며 『특히 지나치게 끔찍한 묘사들은 자칫 인명경시심리를 유발하는등 청소년정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송호근 교수(사회학)는 『신세대들이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더 커지면서 해결도 보다 자극적인 공포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정서를 균형있게 발전시킬 서정적 작품과 감상태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유병률·이동훈 기자>유병률·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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