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과 쌓은 정 단골 술집 등 못잊어/졸업후 대학촌 안떠나는 직장인 많아『대학시절 4∼5년 동안이나 정들었던 대학촌을 뜨기가 어디 쉽습니까』
대학들이 몰려 있는 서울 신촌, 종암동, 신림동 등 이른바 대학촌에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잡은 뒤에도 정들었던 하숙집이나 자취방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눌러 앉아 결혼하기 전까지 자유를 만끽하는 신세대 직장인들이 많다.
대부분 지방출신의 유학생들인 이들 대학촌족들은 취직을 할 때까지만 대학가에 머무를 생각으로 탈대학촌을 미루지만 실제로는 직장을 잡고도 결혼을 하기전까지 평균 3∼4년은 더 남아 있기가 일쑤다. 이들은 대학촌이 직장과 거리가 멀어 1시간 가량의 통근시간이 필요해도 굳이 회사 근처로 하숙이나 자취방을 옮기지 않는다. 재학시절 줄곧 한집에서 하숙이나 자취를 해온 지조파들은 떠나기가 더욱 쉽지않아 보통 7∼8년을 한 집에서 보내는 경우도 있다.
학교주변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은 일단 대학촌 생활에서 누릴수 있는 많은 이점 때문. 단골술집 당구장 등 대학시절부터 몸에 익은 곳이 많고 친구를 만나기에도 대학가는 개성있고 편안한 휴식공간이 많다. 신촌에서 졸업후 3년째 살고 있다는 백운룡씨(28·회사원)는 『친구나 선후배들이 아직은 대학가에 많고 물가도 싸고 해서 굳이 옮길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가를 뜨지 못하는 더 큰 이유는 대학가 사람들과 나눈 정 때문이다. 특히 대학4년 동안 자신을 돌보아 준 하숙집 아주머니의 사랑과 정성은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방청소는 물론 속옷빨래와 생일까지 챙겨준 아주머니의 정성은 잊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하숙이나 자취방 아주머니와의 인연은 결혼을 하고 다른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후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신림동에서 20년간 하숙집을 운영하는 신구례씨(59·여)는 『3∼4년 정도 우리집에서 하숙했던 학생들이 결혼 후에도 전화로 안부를 묻거나 생일을 잊지 않고 찾아와 선물을 전할 때는 사람 사는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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