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장비 총동원 종전 수심 536m 최고기록 경신/허리케인 악명 멕시코만서 원유·천연가스 채취미국 플로리다주 앞 멕시코만 수심 896m의 심해에서 원유채취가 한창이다.
바다 속에서 「검은 황금」을 캐는 작업은 47년 처음으로 수심 6m에서 시작된 이래 얼마전까지만 해도 536m가 최고기록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석유회사 셸이 에펠탑 3개를 내린 것과 같은 깊이의 해저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캐내고 있다
셸이 심해원유채취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90년. 80년대 중반 미국 정부로부터 텍사스, 루이지애나, 앨라배마주 연안의 수심 500m 이상 심해채유권을 대부분 매입했다. 셸의 심해생산담당부장 리치 파타로지는 『당시에는 그 깊은 바다밑 모래비탈 속에 원유가 있으리라고, 더구나 그것을 캐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회고한다. 셸은 마침내 89년 멕시코만 심해에서 매장량 7억배럴 규모의 유정들을 발견, 환호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당시의 기술로는 여기에 접근하기가 난감하다는 문제에 부딪쳤다. 이 「노다지 해역」은 6월부터 11월까지 초속 66.6m의 허리케인이 몰아치고 파고가 22m나 된다. 따라서 이를 견뎌내려면 채유용플랫폼을 해저에 단단히 박아 고정시켜야 했다. 그러자면 건설비가 30억달러나 들기 때문에 전혀 경제성이 없어 보였다.
셸의 엔지니어팀은 고심 끝에 해류와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유동형플랫폼에 착안했다. 해저 바닥에 플랫폼과 연결된 철제밧줄을 박아 바람과 파고가 높아도 플랫폼이 부표처럼 흔들리면서 저항을 흡수토록 하는 방식이었다. 텍사스 A&M대에서 축소형모델 실험에 성공, 94년 플랫폼 마르스(로마신화에 나오는 군신 또는 화성)호를 완성했다. 총건설비는 12억달러(9,720억여원)였다.
마르스는 무게 1만5,650톤에 길이 1㎞로 아래에는 49m짜리 철제부주 4개가 붙어 있고 5,600㎡의 5층짜리 갑판과 대형선실을 갖추고 있다. 완공 직후부터 조금씩 채유를 시작, 6주전부터는 플로리다주 뉴올리언스 남동쪽 130해리 지점에서 188명이 하루 7만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마르스에서 내려간 탐침은 해저바닥에서 다시 암석층으로 4㎞를 뚫고 들어가 원유와 천연가스를 위로 뿜어올린다. 생산물은 파이프라인 2개를 통해 200㎞ 떨어진 미국 본토로 수송된다.
마르스는 특히 지진관측용 첨단 3차원 초음파반향탐지장치와 지구위치측정시스템을 갖춘 인공위성까지 활용, 해저 매장층의 위치와 현황을 오차범위 수㎝로 컴퓨터 화면에 보여준다.
파타로지 부장은 『곧 매일 14개 채유공에서 최소 10만배럴의 원유와 천연가스 300만㎥를 생산할 예정』이라며 『늦어도 10년 후면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플랫폼 수명이 35년이기에 건설·운영비가 빠진 후 20여년간은 수지맞는 장사라는 얘기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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