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 ASEM·월드컵 계기로 살펴본 호황의 현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 ASEM·월드컵 계기로 살펴본 호황의 현장

입력
1996.07.03 00:00
0 0

◎미 컨벤션산업 “황금알 낳는 거위”/뉴욕 재비츠센터만 한해 120여개 행사 유치/미 전역 518곳 연수익 828억불/한국 총수출액과 맞먹는 규모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게 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컨벤션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행사를 주최할 번듯한 건물 하나 없고 행사를 치르는 노하우가 부족한 상태에서 외국손님을 모셔오기란 남부끄러운 일이다. 굵직한 국제행사 개최를 앞두고 미국 컨벤션산업의 실태를 살펴 본다.<편집자 주>

미국의 국제행사 개최장소로 유명한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센터는 허드슨강을 끼고 뉴욕 맨해튼 서쪽 34번가에서 40번가까지 길쭉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컨벤션센터는 부지면적 2만6,932평에 건평 1만2,647평, 연건평 5만586평의 거대한 구조물이다. 행사를 치를 수 있는 면적이 국내호텔로는 규모가 크다는 서울 힐튼의 30배나 된다.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페어글라스가 3층에 걸쳐 전시관을 에워싸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중앙 정문을 들어서면 언제나 국제행사를 구경할수 있다. 전시실마다 규모가 비교적 큰 모터쇼에서 호텔쇼, 레스토랑쇼, 장난감쇼, 가방쇼, 패션쇼, 부티크쇼, 국제피부과회의및 치과회의등이 열리고 있다. 뉴욕에서 열리는 큼직한 행사는 대부분 이곳에서 치러진다. 전시장 주변의 공간에는 10여명씩 모여 회의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여럿 있다. 한편으론 인종 전시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재비츠 컨벤션센터에서는 모두 123개의 행사가 열렸다. 이 중 62개가 무역전시회였고 모터쇼, 도서전시회처럼 일반인이 관심을 갖고 찾을 수 있는 대중쇼도 9개나 개최됐다. 세미나·심포지엄과 같은 학술행사를 비롯해 변호사 시험도 이곳에서 치러진다.

지난해는 두번의 결혼식이 여기서 열렸다. 이 가운데 하나는 하시디즘(신비주의적 경향의 유태교 일파)을 믿는 유태인 하객 2만명이 빵떡모자같은 고유의 야마케를 쓰고 참석한 결혼식이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센터는 주최측의 요청에 따라 1만5,000명분의 뷔페식 식사와 5,000명이 동시에 들어갈 만찬장을 마련해줬다. 재비츠 센터는 하루 최대수용능력이 8만5,000명이므로 웬만한 교회나 결혼식장에선 엄두도 못낼 일을 간단히 해결했다.

재비츠 센터는 연간 수익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를 꺼려하면서 수억달러에 이른다고만 밝히고 있다. 뉴욕 주정부는 이 시설을 운영, 연간 1,000억원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컨벤션센터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제행사가 열리면 참석자들은 뉴욕의 호텔과 레스토랑에 들게되고, 택시를 이용할 때도 많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저녁에는 시간을 내서 영화나 연극을 구경한다. 행사참석자들과 참관객들이 뿌리는 돈은 결국 뉴욕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뉴욕주정부의 세수도 풍부하게 한다.

재비츠 컨벤션센터는 북미에서 9번째 규모다. 이보다 큰 컨벤션센터가 시카고, 클리블랜드, 라스베이거스, 토론토, 애틀랜타, 뉴올리언스에 있다. 시카고의 컨벤션센터는 전시장 면적이 뉴욕의 것보다 2배나 넓다. 이렇게 큼직큼직한 컨벤션센터가 미국전역에 깔려 있는 것이다.

미국에는 총 518개의 컨벤션센터가 있고(94년 기준), 회의시설(콘퍼런스 센터) 222개, 호텔의 회의및 전시시설 1,268개, 대학의 시설 400개, 종교단체의 시설 17개등 모두 1만1,425개의 행사시설이 있다. 특히 사막 한가운데 건설된 라스베이거스는 컨벤션산업이 주수입원이다.

회계법인인 딜로이트 & 투시 조사에 따르면 94년 현재 미국의 컨벤션 산업이 벌어들인 수익은 828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같은해 한국의 총수출액수와 맞먹는 규모다. 컨벤션산업은 미국에 157만명의 일자리를 보장해주었으며, 연방 및 지방정부가 총 123억달러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게 했다.

컨벤션산업이 벌어 들인 총수익 가운데 컨벤션센터나 호텔이 얻은 수익은 전체의 32.5%에 해당하는 269억달러로 가장 많다. 이어 공항및 항공사가 192억달러(23.3%), 음식점 100억달러(12.1%), 육상교통 72억달러(8.6%), 비즈니스 서비스 55억달러(6.6%), 쇼핑 55억달러(6.7%), 연예산업 38억달러(4.5%)등이다.

컨벤션센터는 한번 지어놓고 운영만 잘하면 충분히 남는 장사다. 미국은 제조업으로 세계경제를 주도하면서도 컨벤션산업을 통해 외국인들의 돈을 미국땅에 떨어뜨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컨벤션산업이란/전당대회라는 정치용어에서 파생/각종 행사 치러주는 시설과 서비스

컨벤션(convention)산업이란 특정 목적을 갖고 개최되는 행사를 치러주는 시설과 서비스를 종합해서 일컫는 말이다. 전당대회라는 정치용어에서 파생된 컨벤션산업은 미국과 같이 넓은 나라에서 각종행사를 갖기 위해 대형집회장소를 두었던 것이 현대에 들어와 산업화한 것이다.

학술회의를 비롯, 정치적 집회, 사교모임, 군사회의, 교육관련 회의, 종교행사 등이 컨벤션산업의 범주에 들어간다. 특히 최근들어 모터쇼, 전자기기쇼, 기계쇼등 각종상품을 전시하는 행사가 컨벤션산업의 주요대상이 되고 있다.

컨벤션센터는 대형 행사를 전문적으로 치르기 위해 만들어놓은 시설물이다. 여기에는 전시장, 회의실, 식당등 하드웨어와 행사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소프트웨어로 진행자·목수·장식가·운전기사·요리사등 전문요원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컨벤션센터 이외에도 호텔의 대형홀, 교회시설, 대학시설, 공공기관의 공간등에서도 행사를 열 수 있기 때문에 컨벤션 시설에 속한다.<뉴욕=김인영 특파원>

◎인터뷰/재비츠 컨벤션센터 에이스그로 홍보이사/6개 무역전시회 동시개최 가능/뉴욕경제 이끄는 엔진역할 자부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센터의 마이크 에이스그로 홍보담당이사는 『우리 컨벤션센터는 세계 최고 수준급』이라며 『다른 것들은 여기저기 빌딩이 흩어져 있지만 재비츠 센터는 한지붕 밑에 모든 건물이 모여 있다』고 자랑했다.

『우리 센터는 하루에 6개의 무역전시회를 동시에 개최할 수 있습니다. 필요인력은 풀(POOL)제로 운영합니다. 행사주최자가 필요할 때마다 짐을 싣는 트럭운전사와 목수, 장식가를 불러와 행사장을 꾸며 줍니다』

에이스그로 이사는 이 센터가 주정부의 채권발행으로 건설됐기 때문에 사유시설이 아닌 공공시설이지만 경찰국이나 사회복지국과 같은 행정관서와 달리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센터를 관리하고 빌려주는 업무를 맡은 회사와 전시회에 관한 정보를 종합하고 기획하는 회사가 분리,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에이스그로 이사는 재비츠 센터가 뉴욕 경제의 엔진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행사가 열리면 많은 사람이 뉴욕에 오게 되지요. 그들은 행사에만 참여하는게 아니라 뉴욕에 있는 호텔과 레스토랑, 극장, 백화점에도 가고 택시도 이용하게 됩니다. 그만큼 뉴욕의 경제를 활력있게 하고 그 일부가 주정부의 세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86년에 문을 연이래 이 센터에서 열린 행사는 모두 2,000건에 이른다. 적어도 매년 180건 이상의 행사가 치러진 것이다. 그는 『컨벤션센터의 성공여부는 행사의 숫자에 달려 있는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공간을 사용했느냐에 달려 있다』며 양보다는 질을 우선했다.

그는 『국제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특별히 마케팅을 하지는 않고 있다』며 『뉴욕이라는 장소가 갖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언제나 행사일정이 꽉 차있다』고 말했다. 에이스그로 이사는 『컨벤션산업은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며 컨벤션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