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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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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합작 영화인 「사랑의 묵시록」 이 10일 영화진흥공사에서 기술시사회를 갖는다. 이 영화는 「목포 고아의 어머니」 로 불린 일본인 다우치 지즈코(전내천학자, 한국명 윤학자) 여사가 목포 거지대장 윤치호씨와 국제결혼, 거지들의 어머니가 될 때까지 56년간의 생애를 그린 것이다. ◆조선총독부 관리의 딸로 윤씨와 결혼한 다우치여사는 해방직후 남편이 친일파로 몰리자 일본으로 귀국했다가 다시 돌아와 남편의 고아사랑을 돕는다. 한국전쟁중인 51년 남편이 고아들의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갔다가 행방불명된 후 그 뒤를 이어 고아 3천명의 뒷바라지를 하다가 68년 사망했다. ◆이 영화는 한일합작이란 형태를 취했지만 한국영화다. 원작은 윤치호씨와 다우치여사의 아들인 윤기씨가 쓴 「어머니는 바보야」이고 제작지휘 차범석, 감독 김수용, 촬영 정일성, 주연 길용우, 이시타 에리이다. 주연여배우 이시타만 일본사람일 뿐 한국사람들이 제작의 주요역할을 담당했다. ◆지난해 완성된 이 영화는 일본에서 상영돼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부모의 뒤를 이어 일본 사카이(계)시 등에서 교포들을 위한 무료양로원 「고향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윤씨는 「일본에선 6백개의 장소에서 이 영화의 상영이 약속돼 있으나 한일합작이라 한국상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술시사회란 생소한 이름의 시사회를 갖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29일부터 왜색시비로 말도 많았던 「장군 마에다」가 전국에서 상영되고 있다. 일본배우들이 주연인 사무라이 영화인데도 제작 감독이 미국인이고 주무대가 스페인이라 일본영화로 볼 수 없어 상영이 허가됐다. 한국사람들이 만든 「사랑의 묵시록」이 상영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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