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구는 둥글다」와 「감자 먹는 사람들」(소설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구는 둥글다」와 「감자 먹는 사람들」(소설평)

입력
1996.07.02 00:00
0 0

◎존재론적 불안과 죽음에 대한 성찰「문학동네」 여름호에 발표된 윤후명의 단편 「지구는 둥글다」는 근래 들어 이 작가가 지속적으로 창작해 온 이른바 「여행소설」의 유형을 충실하게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평자의 이런 표현을 접할 경우 많은 사람들은 대번에 「진부함」 「상투성」 등의 낱말을 떠올리기 쉽지만, 「지구는…」은, 기왕에 발표되었던 윤후명의 여행소설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그 낱말과 전혀 거리가 먼 지점에 놓여 있다.

「지구는…」 속에서 윤후명은 독도 방문 및 캄보디아 관광이라는 두 여행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얽어 짜면서 인간의 존재론적 불안과 죽음의 문제에 관한 성찰을 전개하고 있는데, 그 성찰의 과정이 여행 이야기라는 소재와 참으로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로서는 작가가 기왕에 여행소설을 많이 썼더라도 그것과 상관없이 이번 여행소설은 그것대로 절실성 혹은 필연성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두 여행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의 목소리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작가의 면모가 지극히 진솔하고 친근감 가는 것이라는 사실도 독자를 「진부함」 「상투성」 이라는 낱말과 거리가 먼 감동의 공간으로 몰고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구는 둥글다」에서 제시되고 있는 인간의 존재론적 불안과 죽음에 관한 성찰은 기본적으로 인간은 철저히 고독한 존재라는 판단에 바탕을 두고 전개된다. 그리고 작품에 나타난 그 같은 판단에는 아무 유보조건도 없다.

그런데 계간지 여름호에 발표된 작품들 중 인간의 존재론적 불안과 죽음의 문제에 관한 성찰을 인상적으로 전개한 점에서 「지구는 둥글다」와 동렬에 놓이는 또 한 편의 작품인 신경숙의 중편 「감자 먹는 사람들」(「창작과비평」)을 보면, 여기에도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에 대한 통찰이 나타나 있지만 그것은 다분히 전통적인 농경사회의 가족제도에 대한 애정에 바탕을 둔 따뜻한 감수성―아마 「전통적 감수성」이라고 불러도 무방할듯 싶은 종류의 감수성―에 의하여 절제되고 있다.

「풍금이 있던 자리」에서 이미 효과적으로 사용된 바 있고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도 다시 효과적으로 사용된 서간체 기법의 묘미는, 삶의 미세한 파편들 하나하나에까지 뻗쳐지고 있는 작가의 섬세한 관찰력과 잘 어울리면서, 가족제도를 보는 시각에 있어 이 작가와 얼마쯤 입장을 달리하는 평자에게까지 상당한 감동을 안겨주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이동하 문학평론가·서울시립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