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사회 가족계급이종 갈등 진솔히 조명/결론없이 관객들에 질문제시… 시대뒤진 소재불구 “세련”「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는 TV영화로 제작되었다가 나중에 극장에서 개봉된 소자본 영화이다. 스티븐 프리어스감독의 85년도 연출작인 이 영화는 런던의 허름한 지역에 사는 파키스탄 이민과 소외된 영국인 젊은이의 삶을 과장없이 담아내고 있다.
야심많은 파키스탄 청년 오마르(고든 워넥 분)와 복합적인 성격의 영국인 동성연애자 조니(대니얼 데이 루이스 분)가 엉망인 세탁소를 인수해 새롭게 단장해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세탁소는 두 젊은이의 꿈을 현실화시키는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두 주인공과 주변의 인물들이 벌이는 애정과 반목의 다양한 사건들이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진솔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민2세 오마르의 고용인이 된 조니가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위협과 폭력 속에서도 세탁소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오마르에 대한 그의 사랑과 우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오마르의 아버지와 삼촌 나세르는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가 갖고 있는 삶의 가치에 대한 극명한 인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나세르의 영국인 정부 라이첼은 남성에게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구세대의 여성이라면 나세르의 딸 타냐는 대조적으로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새로운 세대의 여성상이다. 오마르의 세탁소를 공격하는 하층 계급의 신파시스트 영국 젊은이들도 비난받을 가해자라기 보다는 좌절된 젊음의 피해자로 느껴진다.
「나의…」는 이처럼 캐릭터들의 혼재된 삶의 모습과 관계를 통해 대처시대의 영국 사회가 안고있던 가족, 계급, 인종간의 갈등과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왜곡하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다. 등장인물은 대부분 영화 끝에 가서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잃게 되나, 관객들은 비관적인 분위기에 빠지지 않는다.
영화가 힘주어 어떤 결론을 내리는 대신 상황과 캐릭터들을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차분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감독은 주인공들이 사회정치적 해결책을 통해 모호한 자기 정체성과 모순된 관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하지 않는다.
「나의…」에서 다루고 있는 동성애, 여성문제, 계급과 인종간의 갈등과 같은 소재는 10년전에는 첨예한 논쟁거리로서 신선했다. 뒤늦게 국내에 개봉되어서인지 이러한 소재가 갖는 매력이 다소 떨어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을 통해 사회의 가리워진 치부를 자연스럽게 표면화시킨 영화의 세련됨은 높이 사줄만하다.<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편장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