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무·연출에 매료된 195분혁명과 사랑. 극적인 소재를 아름다운 선율과 효율적 연출로 무대화한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첫 내한공연(28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은 세계적 명성에 값하는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고전의 무게와 흥밋거리가 조화된 이 뮤지컬은 쇼적인 볼거리에 치중한 미국뮤지컬과도 대조적이었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을 알랭 부빌과 클로드 미셸 숀버그의 작사 작곡으로 80년 프랑스에서 처음 선보인뒤 85년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에 의해 영어판으로 제작돼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 남아공 홍콩 핀란드를 순회하는 투어팀은 출연진의 뛰어난 가창력과 하모니가 일품이었다. 장발장 역의 스틱 로센은 육성과 가성을 교묘히 운용, 관객을 사로잡았고 숙적 자베르형사역의 리처드 킨제이와 함께 부른 2중창이 매력적이었다.
압권은 혁명전야의 묘사. 한 순간 역사의 중심에 서는 대가로 목숨을 바치는 혁명세력의 희열과 연대감, 동시에 세상이 자신들을 기억해 줄까 하는 불안과 두려움을 노래하며 술잔을 나누는 바리케이드 이 편의 모습은 총성이 난무하는 결전과 대비를 이룬다. 장발장의 박애를 바탕에 깔고 혁명의 비장미와 멜로적 사랑, 풍자와 긴장을 적절히 배합한 3시간15분의 공연은 밀도있었다.
30여명의 배우로 무대를 채우는 효율성과 완급의 조절도 훌륭했다. 조명 속으로 등장해 어둠 속으로 퇴장하는 무대운용, 음향디자인도 뮤지컬 본고장의 연륜을 엿보게 했다.
다만 바리케이드와 파리 뒷골목으로 이용되는 무대세트가 내내 무대 양쪽에서 시야를 거슬린 점이나 빛과 색채감이 빈약해 집중력을 떨어뜨린 점, 그리고 외국뮤지컬의 공연의 가장 난점인 언어장벽을 넘기 위해 마련된 자막이 잘 보이지 않았던 점등은 아쉬웠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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