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배 「결혼한 여자와 결혼 안한 여자」30대 두 여성의 탈출욕망·리얼리즘 입각 섬세 묘사/채승훈 「꽃잎같은 여자 물위에 지고…」한국적 한과 오필리어 병치·분방한 음악과 파격적 무대마흔 한살 동갑인 두 연출가가 대학로 더위사냥에 나섰다. 여성의 삶을 다룬 연극으로 뜨거운 여름과 승부하겠다고 선언한 두 주인공은 박계배(극단 서전대표)와 채승훈(극단 반도대표). 언제나 한결같은 어조, 천연덕스런 위트로 구별되는 두 사람의 말투만큼이나 연출상의 대조적인 면이 같은 주제를 형상화할 때 특히 흥미롭다.
박계배의 연출작은 「결혼한 여자와 결혼안한 여자」(5일∼9월1일 하오 4시30분 7시30분 샘터파랑새극장), 채승훈의 연출작은 「꽃잎같은 여자 물위에 지고…」(16일∼9월15일 〃 성좌소극장). 제작은 극단 서전. 앞작품은 30대 초반의 기·미혼 여성의 가정과 직장생활의 허탈과 탈출욕망을 그리며 뒷작품에선 버림받은 한국여성의 한과 세계적 명작인 셰익스피어 「햄릿」, 하이네 뮐러 「햄릿머신」의 오필리어를 병치시킨다.
공시―통시적인 접근방법, 리얼리즘―포스트모더니즘의 형식이 대조적이다. 이들은 서로의 작품에 대해 『채승훈의 튀는 연출력이 돋보일 것』(박), 『인간의 보편적 심성이 잘 드러난 뭉클한 작품』(채)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계배가 섬세하고 일상적인 감정표현에 주력하면서 헝가리 작곡가 졸탄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소나타 8번으로 분위기를 차분히 잡는데 비해 채승훈은 제의적이고 다양한 신체움직임과 객석을 넘나드는 신선한 극장경험을 유도하며 수제천, 조용필의 가요, 팝송 「호텔 캘리포니아」등 분방하게 음악을 구사한다.
「결혼한…」의 강명주 김세연, 「꽃잎…」의 김호정 이연규 등 주역 여배우들은 공교롭게도 각각 극단 서전과 실험극장 출신 한명씩. 두 연출가는 『차세대 여배우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의미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기탤런트 기용등 궁여지책이 아닌 정공법으로 휴가철에 막을 올리는 두 연출가는 서로 어깨를 감싸안았다.<김희원 기자>김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