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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상록수」(고전여행: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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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상록수」(고전여행:62)

입력
1996.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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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지식인의 농촌운동 통해 목숨 바쳐서라도 쟁취해야 할 민족해방의 고귀한 염원 담아심훈(1901∼36년)의 작품은 우리에게 언제나 저항을 독려하고 해방을 약속한다. 「그날이 오면」이라는 그의 시에 절절이 스며있듯 심훈의 주제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쟁취해야 할 민족해방이었다. 그가 쓴 농촌소설 「상록수」가 지금까지 기억되는 것도 그 안에 스며 있는 민족해방의 고귀한 염원 때문이다.

같은 농촌소설이지만 이광수의 「흙」은 이와 다르다. 「흙」에는 「상록수」에 들어있는 지식인과 농민의 상호작용은 없다. 그 속에는 오직 지식인의 시혜적인 봉사만이 존재한다. 또 「흙」에는 「상록수」의 경제적 자강운동 같은 실천적 활동은 없고 문화적 계몽만이 판을 친다. 무엇보다 다른 것은 「상록수」의 주인공은 민족해방을 위해 농촌에 왔지만 「흙」의 주인공은 농촌활동의 이유가 정치적으로 완전히 무색무취하다.

「상록수」의 주인공 박동혁과 채영신은 5번 만난다. 한 신문사에서 개최한 농촌계몽운동 다과회에서의 조우가 첫번째였다. 『농촌운동은 단순한 계몽운동이어서는 안되고 사상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동혁의 주장에 대해 참여 학생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 영신은 강력한 동의를 표명해 그와 급속히 가까워 진다. 이렇게 만난 두사람은 학업을 뒤로 하고 농촌에 들어갈 것을 결심한 뒤 동혁은 고향으로, 영신은 청석골로 떠난다.

두번째 만남은 동혁의 고향마을에서 이뤄진다. 동혁의 활동을 보기 위해 온 영신은 농우회 운동에 감탄하고 자신도 이 마을에서 부인회를 조직한다. 영신이 다시 청석골로 돌아가는 날 두사람은 장래를 약속한다.

두사람은 청석골에서 세번째로 만난다. 영신이 어렵게 설립한 청석학원 낙성식에 동혁을 초대한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영신은 맹장염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는다. 동혁이 영신을 간호하는 과정에서 두사람은 활동을 문화운동에서 실질 경제생활 향상운동으로 발전시키자고 약속한다.

동혁은 자신의 고향마을에서 지주의 장남인 강기천에 맞서 투쟁을 벌이다가 투옥된다. 영신은 일본유학 전에 동혁을 보기 위해 감옥을 찾아가고 여기서 두사람의 네번째 만남이 이뤄진다.

쓸쓸하게 조국을 떠난 영신은 병을 얻어 쇠약해지자 죽을 때까지 농촌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마음 먹고 청석골로 돌아온다. 그녀는 사업에 대한 애착심 때문에 청석골을 떠나기 전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영웅적인 투쟁을 전개하던 영신도 마침내 숨을 거둔다. 출감한 동혁이 전보를 받고 청석골에 도착해 영신을 영결한 것이 이들의 마지막 만남이다. 동혁은 『끝까지 싸워달라』는 그녀의 유언을 가슴에 새기며 고향마을로 돌아온다. 동혁이 고향마을 동네어귀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그를 반긴 것은 농우회관 낙성식 때 심은 상록수였다..<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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