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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 1년,그대로인 부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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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 1년,그대로인 부실(사설)

입력
1996.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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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5백2명, 부상 9백37명이란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오늘로 1년이 됐다. 나라가 무너져 내리는 것만큼이나 큰 충격과 절망감을 온 국민들에게 안겨줬던 삼풍참변1년을 되돌아 보는 우리의 감회는 심히 착잡하다.희생자유족들의 고통이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있으며, 유족들에 대한 보상금지급등 뒤처리가 깨끗이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는 데서 그런 감회를 갖게 되는 것만은 아니다. 참사를 빚어낸 주범인 백화점 소유주와 시공업자, 그리고 부실공사를 눈감아 준 관계공무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미흡하기 때문만도 아니다. 「삼풍참변」을 겪고 나서도 이 사회의 총체적인 부실구조는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안전부재에 대한 불감증은 정부든 건설업계든 국민 개개인이든 참변이전과 똑같다. 우리 모두 『다시는 이래서는 안되겠다』던 다짐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 때문에 우리는 불안하고 착잡한 심사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삼풍참변」 이후 정부는 건설공사의 구조적 부실요인을 뿌리뽑겠다며 각종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부실공사의 근원적 요인이 되고 있는 법과 제도를 고치고 관행과 의식을 개혁하겠다고도 했다. 예비준공검사제, 공사현장실명제, 재난관리청 신설등 백화제방(백화제방)식의 대책과 대안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많은 정책대안들은 거의 모두가 햇빛도 보지 못한채 휴지가 된게 많다. 안전부재에 대한 불감증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삼풍참변」이후에도 국민들은 지하철타기가 겁이 난다. 한강다리 건너기가 무섭고 백화점 가기가 두렵다.

올들어서만도 건설중인 서해대교가 무너져 내렸다. 서울지하철공사의 부실사례가 수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서울강남지역 도시가스누출사고, 한탄강의 물고기떼죽음사건, 병든 쇠고기 소동 등도 따지고 보면 달라진게 없는 의식구조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부실구조가 건설분야 뿐아니라 사회 전분야로 확산돼 우리 사회가 총체적 부실구조에 휘말려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총체적 부실구조에서 탈피하자면 책임을 가진 당국이 먼저 부실구조추방정책의 시행과정을 꼼꼼하게 점검해 신상필벌의 책임을 묻는 강력한 행정력을 발휘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고 안전사고에 대해 문책하겠다고 엄포만 놓아서 될 일이 아니다.

삼풍참사1주년은 이 사회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안전불감증과 총체적 부실구조를 추방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부터가 망각의 늪에서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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