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특별법 고민끝 은퇴… 그만두길 잘해”『정치 그만두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정계은퇴 선언이후 정치적 언급을 일절 삼가해온 이춘구 전신한국당 대표가 「요즘의 정치」를 보다못해 던진 한마디다.
27일 상오 여의도 개인사무실을 예고없이 찾았을때 그는 박경리씨의「토지」를 손에 쥐고 있었다. 대하소설에 파묻히는 일상의 재미를 자랑하는 그에게 정치적 화두를 꺼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정치판을 떠난 국외자의 입장이라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아예 없는 것같지 않았다. 그는 초선의원들의 사려깊지 못한 행태를 먼저 지적했다.
『얼마전 「별로 존경스럽지않은 선배의원…」으로 시작하는 한 초선의원의 본회의 발언을 TV에서 보고 정치 그만두길 잘했구나 생각했어. 내가 그자리에 앉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 봤지. 그를 반박하며 나무라는 의원이 한 사람도 없더라구. 무력감이 느껴지더군. 초선이 그런식으로 정치를 배우게 해선 안되지…』
이전대표는 국회파행이 장기화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나도 어제까지 그안에 있던 사람인데 무슨 할말이 있겠느냐』며 되도록 말을 아끼려 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권이란 틀 속에서만 문제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해결이 안되는 것』이라며 『정치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밖에서 보는 정치」를 별로 의식하지 못하지만 나와서 보니 제3자의 시각이 얼마나 정확하고 무서운 것인가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모양이 이대로 오래가면 어차피 여권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경험론을 펴면서 『결국은 여당이 먼저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라며 여권의 자세전환을 기대했다.
자신이 모셨던 두 전직대통령을 구속하게 만든 5·18특별법에 서명할 수가 없어서 정계은퇴를 결심했다는 이전대표는 『솔직히 개인적인 고뇌가 많았지만 아쉬울때 떠나길 역시 잘했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그는 『안양교도소에는 한번 다녀 왔느냐』는 질문에 『거기 가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대답하며 한동안 비내리는 창밖을 쳐다보았다.<정진석 기자>정진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