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참사가 1년이 됐다. 502명의 사망자와 937명의 부상자를 냈으니 「참사」라 불러 마땅하다. 관련자들을 살인죄로 다스리지 못한 것은 유가족이 아니라도 한으로 남는다. 단순과실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가 원인이었으니, 이날은 추도행사 따위로 접어두어서는 안된다.이날을 전도된 우리생활의 질서를 바로 잡는 시민운동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나라의 목표, 정부의 정책순위, 그리고 사회생활의 정도 등을 다시 세워서 또다른 참사를 막아야 한다. 그래야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 앞에 설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지금의 우리 모습을 보면 1년전 사고의 충격은 49재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 부실공사와 환경파괴 등 반사회적, 반인간적 문제가 아직 우리사회에 만연하다.
삼풍참사를 가져온 부실공사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생명을 경시하는 물량주의, 안전을 무시하는 고도성장, 과정을 묻지 않는 목적달성 등은 30년 이상 우리 사회에서 자라온 권위와 독재의 소치다. 「민족중흥」과 「조국 근대화」란 이념으로 포장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은 「잘 살아보세」라는 깃발 하나로 사람들을 흥분시켜서 들뜨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로 함께 무너졌다.
그로부터 1년, 우리는 여전히 잘못된 길을 돌이키지 못하고 있다. 한탄강에 둥둥 뜬 물고기들의 폐사가 삼풍참사와 무관치 않다. 병든 쇠고기를 속여 파는 장사치나 거북선의 유물을 사기치는 군인이나 다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닌가.
우리는 실로 거창한 민족적 과제 앞에 섰다. 김영삼대통령의 말대로 제2의 건국에 버금가는 각오를 해야 한다. 나라 찾기가 그랫듯 나라 세우기도 거족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 이 일을 떠맡기기에는 정부는 너무 약하다. 그리고 이 일을 실천해 가는 데는 정부는 거추장스럽게도 너무 크다. 국민들이 나서야 할 때다. 문제를 알아 차린 시민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연대해서 각자의 분야에서 동네와 지역 단위로 행동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첫째로 의식개혁을 해야 한다. 인간과 생명존중을 정당과 정부정책의 기본지표로 삼야아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난맥상태에 있는 법률과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경제정책의 틀을 다시 짜는 일이다. 무한경쟁을 내걸고 자제력이 없는 고도성장만을 추구하면서 환경과 생태계의 보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람이 존대받고 사람이 살 수 있는 사람들의 나라를 만들자. 잘못된 것에 책임을 지는 용기를 키워주자. 우리 분수에 맞게 개발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자생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로, 생활개혁을 하자. 국민의 소득 격차는 점점 커진다는데 민족의 긍지는 시들고 사회풍조는 허례와 허식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는 소유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생명의 존중, 생명사슬의 보전을 위해서 우리의 생활 태도를 혁신해야 한다.
셋째로, 민족개혁이다. 나라 찾은 지 반세기, 이제는 남을 원망하고 살 때가 아니다. 스스로 책임있는 사람으로 서서 세계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세계는 우리 안에서 성숙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계와 종교계가 모두 새 가치에 투철해야 하고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새운동을 일으키는 촉매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참여연대 공동대표>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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