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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직무유기」에 산적한 민생 현안은 “표류”/정치 실종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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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직무유기」에 산적한 민생 현안은 “표류”/정치 실종시대

입력
1996.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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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떼죽음에 병든 소 손도 못 대고/무역적자·통상압력 등 경제는 더 심각공무원 사회에는 국회와 연관된 풍자들이 있다. 『마포대교를 넘어 여의도로 갈 때는 지옥, 마포대교를 빠져나올 때는 천국』 『마포대교는 견자교(장관들이 국회에서 호되게 당하고 마포대교를 건너면서 혼자말로 「개OO」라는 식의 욕설을 내뱉는다는 의미)』라는 말들이 대표적인 풍자들이다. 그만큼 행정부가 국회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다. 「통법부」라든지 「행정부의 시녀」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그래도 정부를 견제하고 실정을 추궁하는 역할은 국회가 하게된다.

15대국회는 그 기능을 포기하고 있다. 개원국회가 자동폐회되는 7월4일이내에 타협이 이루어지지않으면 가을 정기국회까지 국회 문은 닫혀있게된다. 이 파행의 와중에서 그릇된 정책, 정부의 과오는 국회의 단죄를 받지않고 있고 숱한 민생현안들도 유실되고 있다. 최근 공직사회에서 『요즘 장관들은 할만하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국회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국회가 행정부의 2중대』라는 비판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국회가 다뤄야할 시급한 법안이나 현안들은 정치, 외교, 경제, 사회 각분야에 산적해있다. 근로소득세를 경감하는 소득세법개정안, 영종도신공항의 건설을 촉진하기 위한 법안, 장마에 대비해 수자원시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위한 수자원공사법개정안, 해양부 신설에 따른 정부조직법개정안 등 수많은 법안들이 낮잠을 자고 있다.

국정현안이나 민생문제는 더 심각하다. 냉전종식 이후 수년이 지나도록 방향감을 찾지못하는 대북정책, 국제적 논쟁거리가 된 대북쌀지원, 한국이 배제되는 기미를 보이는 북·미접근 등은 국회에서 심도있게 논의해야할 사안이다. 한일월드컵공동개최도 차분하게 검토해야할 과제이고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한일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국회가 지적해야할 대목이 적지않다. 경제문제는 더 심각하다. 무역적자, 통상압력, 국가경쟁력약화, 물가 등은 서로 얽혀있는 사안들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할 숙제다. 또한 공기업낙하산인사, 개인휴대통신 선정과정, 증시비리 등은 국회의 도마에 올라야할 사안이다. 정부가 입만 열면 강조하는 각종규제완화가 실제 어느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지나친 규제완화가 가져올 부작용은 없는지도 국회가 꼼꼼히 따져볼 문제다.

환경, 교육, 사회분야에는 국민들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현안들이 즐비하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한탄강등의 오염, 생물이 죽어버린 시화호의 오염, 폐수방류, 병든소의 시판 등은 시급한 민생문제들이다. 작업정지권, 해고자복직 등 노사문제나 검·경중립화, 방송공정성도 다각도에서 점검할 사안들이다.<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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