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0년대 유럽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새로운 병으로 난리법석이 일어났다. 갑작스럽게 출현해 폭발적으로 유행하고 환자들이 흉칙한 몰골로 변하며 사망률이 높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이다. 시간을 500년뒤인 오늘날로 옮겨 이런 특성에 부합되는 현대병을 찾으면 어떤 것이 있을까. 두말할 필요없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일 것이다. 두가지병, 즉 매독과 에이즈는 모두 성접촉을 통해 전염된다는 공통점도 있다. 매독은 서양근대의 출발을 알리는 르네상스부터 창궐하기 시작한 반면, 에이즈는 근대의 종말을 논하는 시기에 등장한 것도 무언가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같다.앞에서 새로운 병이라고 했지만 「새로운 병」은 병명 자체이기도 했으며 라이벌 국가나 적대국을 앞머리에 붙여 프랑스병 이탈리아병 독일병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또 발진이 크고 생기는 부위가 넓어 소발진이나 두창(Small Pox)과 구별해 대발진(Great Pox)이라고도 했다. 당시 이탈리아 의사 프라카스토로가 통찰력있게 지은 병명 「시필리스」는 막상 19세기말에야 통용되기 시작했다.<황상익 서울대의대교수·의사학>황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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