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모녀 살해」무죄/1심 사형선고 남편 석방/항소심 선고

◎“시신상태·범행동기 등 임의적 유죄인정할 명백한 증거없다”「한국판 OJ심슨사건」으로 불린 서울 불광동 치과의사모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검찰이 구속기소,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던 남편에게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강완구 부장판사)는 26일 부인과 딸을 살해한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도행피고인(34·외과의사)에게 『피고인의 범행을 입증할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이피고인은 지난해 9월1일 이 사건으로 구속된지 10개월여만인 이날 하오 석방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주는 엄격한 증거가 있을 경우에만 유죄로 인정하는 것이 형사재판의 대원칙』이라고 전제하고 『검찰이 범행증거로 제시한 시신의 상태와 위장내용물의 소화상태, 범행동기 등은 상당히 임의적이고 추정에 기초한 증거인만큼 이것만으로는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피고인은 지난해 6월12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집에서 치과의사인 부인 최수희씨(당시 31세)의 불륜사실을 알고 최씨와 딸 화영양(1)을 목졸라 숨지게 한뒤 욕조에 유기하고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기소돼 2월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었다.

한편, 이날 방청나온 이피고인의 어머니 유한순씨(63)는 판결후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박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