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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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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노조의 천국」이라 한다. 돈 많고 힘 있고 인기도 있다. 노조의 눈밖에 나서는 연명하기 어려운 정치인들은 노조와의 충돌을 기피해 왔다. 통일의 위업을 이룩한 헬무트 콜총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한 콜총리가 이제는 노조와 맞서기로 했다. 철도·쓰레기 수거등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급료를 동결하겠다고 했는가 하면 근로자의 병가수당을 감축하고 고용보장 규정을 완화하는 계획을 입법화 하겠다고 했다. 영국을 노조의 파업망국으로부터 구제한 대처 영총리의 영단을 답습한 것이다. 옛날 같으면 정치인의 노조와의 대결은 정치적 자살행위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사정은 달라졌다. 총선거가 2년뒤에나 있는데다가 노조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90년대에 들어와서 지속되고 있는 두 자릿수의 높은 실업률이 시민들의 노조관을 바꿔 놓은 것이다. 시민들은 강력한 노조들의 힘을 배경으로 한 무리한 처우개선 쟁취가 결국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상실케 하여 휴·폐업하거나 국외로 도피하게 했다고 보는 것이다. ◆독일근로자들은 서방에서 최고의 급료를 받는다. 주당 노동시간은 36·4시간으로 미국과 일본(각 40시간)보다 짧고 연중 휴가일수는 30일로 미국(12일), 일본(18일)보다 훨씬 많다. 그러면서도 시간당 임금(세후)은 16달러39센트로 미국(11달러61센트)과 일본(13달러67센트)보다 각각 41%, 19%가 높았다. 지난 6월15일 35만명의 관련노조원들이 콜총리의 개혁안 철회데모를 위해 본에 집결했으나 그들 자신도 명분이 없어서인지 맥주나 마시고 생음악에 맞춰 춤추다 해산했다. 빌트 차이퉁지는 『노조의 기름기 시절은 끝났다』고 했다. ◆민노총계열의 강성노조들이 해고자 복직, 주 40시간근무, 작업거부권 등을 내걸고 노동쟁의 중이다. 대기업들의 국외이주가 본격화하고 있다. 독일을 타산지석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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