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미군기지 유조차폭탄테러 사건은 이스라엘에 우파정권이 들어서면서 평화정착 과정에 난기류를 보이고 있는 중동지역의 긴장을 한층 고조시켰다. 이번 사건은 우선 규모 면에서 83년 베이루트에서 트럭 자살폭탄테러로 미군 241명이 사망한 이후 중동에서 벌어진 미국인에 대한 최악의 테러사건이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사건 직후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으로 보인다』며 『살인을 자행한 비겁자들을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다짐했다.우선 의혹의 눈길은 회교 원리주의자들에게 쏠리고 있다. 안전지대로 통하던 사우디에서 지난해 11월 미군 5명 등 7명을 숨지게 한 차량폭탄테러를 이미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 사건 범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아랍 각국의 정권을 회교정권으로 교체하기 위해 싸우는 회교원리주의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지하 단체들은 이들을 처형할 경우 미국을 포함, 서방 목표들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해왔다.
특히 미국무부는 5월 사우디주재 미대사관이 리야드 국제학교 등 미국인과 시설에 대한 폭탄테러를 의미하는 그림과 협박전화를 받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용의선상에 떠오른 단체로는 대표적인 회교 게릴라단체 지하드(성전) 내 한 분파인 「이슬람변화운동」이 손꼽힌다. 이들은 팩스로 서방측 대사관들에 『십자군(미군을 지칭)이 사우디를 떠나지 않으면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 공격하겠다』고 다짐해왔다. 그러나 이슬람변화운동은 배후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런던의 망명 반정부단체 「합법적권리수호위원회」이다. 그러나 이 단체 대변인 모하메드 마사리는 26일 미국을 『불법적인 정부를 지지하는 외국 점령군』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이번 사건은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못박았다.
많은 미국 관리들은 이번 사건에 외국세력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매부스 미대사는 이날 이란이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정보기관들은 최근 몇달간 이란 요원들이 사우디에 있는 미국 시설과 요원들을 감시해왔다는 사실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번 테러는 아랍과 이스라엘간 긴장이 고조돼 미국이 중재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 일어난 것이어서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광일 기자>이광일>
◎중동분쟁 관련 대미테러 일지
▲83.10.25=베이루트주재 미해병대기지에서 트럭자살폭탄테러로 미군 241명 사망
▲83.12.12=쿠웨이트주재 미대사관및 프랑스대사관 앞에서 차량폭탄테러로 5명 사망, 86명 부상
▲84.9.20=베이루트주재 미대사관 부속건물에서 차량폭탄테러로 16명 사망, 96명부상. 회교 게릴라단체 지하드,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
▲85.12.27=로마공항의 TWA 와 엘 알 항공사 매표창구에서 무장괴한들이 총기를 난사, 미국인 4명 등 16명 사망하고 80명 부상
▲86.4.2=로마에서 아테네로 향하던 TWA 소속 보잉 727기 좌석 밑에 설치된 폭탄이 터져 미국인 4명 등 13명 부상. 레바논인 소행으로 추정
▲87.11.14=베이루트의 미대학병원에서 초콜릿상자 폭탄이 터져 7명 사망, 37명 부상
▲88.12.21=팬암 항공 소속 보잉 747기가 스코틀랜드 상공에서 폭발 추락, 미국인 189명 등 탑승객 259명 전원 사망. 미국은 리비아가 개입됐을 것으로 추정.
▲95.11.13=사우디아리비아 수도 리야드의 국가수비대 건물 앞에서 차량폭탄 테러로 미군 5명과 인도군 2명이 사망하고 60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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