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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과 갈등/국익­「님비」 사이 곳곳 마찰(지방자치 1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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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과 갈등/국익­「님비」 사이 곳곳 마찰(지방자치 1년:4)

입력
1996.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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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권리의식­권위행정 “불화”/국책사업 특별법 “주민 무시” 비난/지자체 경제우선논리도 반발 불러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다양한 형태의 분쟁과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 지자체간, 주민간 분쟁과 갈등은 과거 권위주의적이고 중앙통제적인 시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우리 정치 사회의 꾸준한 민주화와 교육 수준의 향상은 시민과 지역 주민의 권리의식을 크게 향상시켰다. 지방자치제는 이같은 상황에서 출범했고 따라서 주민들은 제도적인 틀 내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권리와 주장을 표출할 수 있을 만큼 의식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민선단체장의 출범과 길지 않은 지방자치제의 역사, 지역주민의 전반적인 의식 향상은 서로 맞물리면서 끊임없는 마찰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지자제 실시 이후 우리 사회는 지역 주민의 권리 주장, 그에 따른 분쟁과 갈등을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하고 단순화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쓰레기 매립장·소각장, 원자력 발전소 등 각종 혐오시설 건설 과정에서 보여준 주민들의 집단 행동을 NIMBY현상으로 대표되는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한게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분쟁과 갈등은 유기체와 같은 사회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분쟁과 갈등을 부정적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은 건강한 사회를 좀먹는 또 하나의 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제 이후 분출된 분쟁과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결, 지자제의 참정신을 살리려는 노력은 별로 없었다.

지자제 이후 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또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대등한 권리·의무 관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중앙 정부는 국가 이익이라는 명분아래 지역 이익을 무시하려 하고 있다. 지역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 정책은 아무리 국가 이익을 위한다고 하더라도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그같은 국가 이익은 관료집단의 이익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국책사업 특별법 제정 논쟁이 대표적 경우다. 정부는 신공항 고속도로, 경부고속철도 등 국책사업 추진에 필요한 지자체의 각종 인·허가과정에서 지자체와 지역 주민의 다양한 요구에 부닥쳐 사업이 난항을 겪자 특별법 제정이라는 묘수를 고안해 냈다. 특별법은 국책 사업에 대한 인 ·허가 절차를 단순화하고 그 대신 지자체와 지역 주민에게 특별 지원을 한다 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그러나 이는 주민 의견을 도외시 한 채 국책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밀어붙이기식 행정」이자 지자체의 자치권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자체가 각종 정책 입안·집행시 경제적 효율성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도 지자체와 주민간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가령 혐오시설을 설치할 경우 주민들에게 미칠 이익·부담 효과를 고려하지 않아 형평성 공정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산본 쓰레기 소각장이 좋은 예인데, 대화와 협상을 통해 주민 동의를 얻는 것만이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정직성을 제고하는 길임을 반증하는 사례이다. 이밖에 행정기관 제일주의적 발상, 주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의 부재, 지자체간 분쟁조정을 위해 설치된 분쟁조정위의 구속력 부재 등도 갈등과 분쟁을 심화시키는 요인들이다.

지자제 이후의 갈등과 분쟁 해소를 위해서는 지역이기주의에 대한 인식 전환과 주민 참여 활성화가 절실하다. 즉 국가이익→지역이익→개인이익 순의 도식적 사고는 주민의 권리 행사를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하는 관행을 지속시켜 대립과 반목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소수의 개인 이익이라도 보호해야 하며, 만일 불가피하게 희생이 필요하다면 적정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주민투표제를 실시, 주민들이 지역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갖춰야 한다. 중앙 정부는 지자체가 더 이상 상명하복 관계가 아닌 동반자적 관계라는 인식속에 지자체의 자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권해수 한성대교수·행정학>

◎선진국사례·교훈/시간 걸려도 끈질긴 논의로 합의 도출/쓰레기소각장 시·주민협의로 부지 변경/매립장 시민 제소후 4년 협상끝 실마리

미국 일본 등 선진 지방자치 국가는 각종 혐오시설 설치 등을 둘러싼 정부·지자체·주민간 갈등과 분쟁을 대화와 타협으로 원만하게 처리하고 있다. 오랜 시간도 마다하지 않고 주민과 토론을 거듭하고 전문가의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조사 및 의견을 구해 분쟁과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78년 일본 도쿄(동경)도 무사시노(무장야)시가 쓰레기소각장을 시가 운영하는 수영장에 건설하려 하자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들이 「청소대책 시민위원회」를 구성,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시는 협의체를 구성, 새 부지 선정에 나섰다. 시와 주민들은 3년 동안의 조사, 26차례의 토론회 등을 거쳐 시민종합운동장을 부지로 결정했다.

74년 미국 위스콘신주 유클레어시가 인근 세이머지역에 쓰레기매립장을 건설키로 하고 토지소유주와 계약을 하자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지역 주민들이 반대운동에 나서 소송을 제기, 76년까지 공사를 지연시키는데 성공했다. 이후 주정부와 유클레어시, 세이머 지역 주민간 협의는 78년 변호사와 경제학자들이 공공중재위원회를 구성, 적극 중재에 나서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미국과 일본의 이와 같은 예는 협의와 논의를 통한 이해 당사자간 합의 도출이 분쟁과 갈등의 궁극적 해소책임을 말해주고 있다. 또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법률가 학자 환경전문가 등의 중재도 유익한 방안중 하나라는 사실도 보여 주었다.

이같은 긍정적인 효과와는 달리 부정적인 경향도 없지 않다. 유클레어시의 경우에서 보듯 경제적 효과를 강조한 나머지 규모가 큰 도시보다는 가난한 지방도시나 농촌 지역에 혐오시설이 몰리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각종 혐오시설 등이 주민수가 적어 설득과정이 수월하고 보상비용이 적게 드는 그린벨트나 주변 도시에 설치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정책판단과 사전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황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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