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앞두고 미 기업 해결사역/산업전분야 파고들기 총력전/“바쁘니 호텔로 오라” 우리 장관 호출 고자세까지농산물 자동차 통신 가전 반도체에서 사회간접자본(SOC) 발전소건설사업에까지 국내 산업전반에 대해 미국이 무차별적으로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다.
1박2일 일정으로 25일 방한한 미키 캔터 미상무장관은 가는 곳마다 한국시장을 좀더 개방할 것과 한국업체들이 미국제품을 더 구매해줄 것을 요청했다.
캔터는 표면상 신임 예방인사차 방한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관리인지 비즈니스맨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농산물 자동차 통신등 기존의 한미간 쟁점분야는 물론 신공항건설 열병합발전소건설등 에너지관련분야에까지 개방을 요구하고 나서 국내업계와 관가를 긴장시켰다.
미국이 통상압력의 고삐를 죄기 시작한 것은 올가을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현행정부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기업들의 대외판로를 확보해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캔터는 특히 이번 방한에서 상무장관으로서 미국업계의 대변자임을 자청, 세일즈맨 역할을 했다. 세일즈맨 캔터는 이날 미국 자동차업계가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개최한 자동차전시회겸 오찬리셉션에 참석한데 이어 26일에는 미국업체들이 지분참여한 신세기통신을 방문한다. 포드 크라이슬러 GM등 미국의 「빅3」가 마련한 이 전시회에서 캔터는 업계의 불만사항을 들은뒤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내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행정부가 발벗고 나서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캔터장관은 미무역대표부(USTR)대표를 지낸 경력을 활용해 집요하게 통상현안을 파고들어 해결사로서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캔터장관은 이날 하오 이석채 정통부장관을 만나 신규 통신사업자로 선정된 국내 통신업체들이 장비구입시 미국산 제품을 사줄 것을 요청하는 새로운 주장을 폈다. 그는 또 미국기업이 지분참여한 신세기통신이 전국에 기지망을 깔 때 미국 장비를 써줄 것도 요청했다.
캔터장관은 이에 앞서 박재윤통산장관을 만나 지프에 대한 자동차세 인상 철회, 지적재산권보호 강화등 기존 주장을 다시 펴는 동시에 에너지관련 프로젝트에 미국기업의 참여폭 확대를 요청했다. 그는 추경석 건설교통부장관에게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관련한 각종 건설사업에 참여폭을 확대해 줄 것과 수입 자동차성능검사 절차를 간소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은 현재 신공항 건설에 8개 기업이 타당성 조사, 기본및 여객터미널 설계, 부대건물 기본설계등 9개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사업관리에는 3개 기업이 참여를 추진중인 상태이다.
한편 캔터장관은 박통산장관과 추건설교통장관을 면담하는 장소로 장관 집무실이 있는 과천 정부2청사가 아닌 서울시내 호텔을 택해 외교관행에 어긋나는 오만한 행동을 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주한 미국대사관측은 건교부측 실무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캔터장관의 1박2일에 걸친 빠듯한 일정을 내세워 면담장소를 과천청사 대신에 서울 시내 신라호텔로 할 것을 고집했다. 이때문에 건교부 통산부장관들은 물론 면담장소에 배석할 고위간부들도 서류뭉치를 들고 대거 시내로 나오는 진풍경을 연출해 직원들로부터 「미국이 해도 너무 한다」는 비난을 샀다.<이백규 기자>이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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