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건축계가 극찬한 젊은 “빌딩숲 조경사”/조감도 외부의뢰관례깨고 직접 그려뮤지컬의 본무대인 뉴욕 맨해튼 42가 브로드웨이 타임스 스퀘어 일대에 2000년에 완공될 47층짜리 사무용 빌딩은 실용성과 예술적인 면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 건물이 시의 재개발 계획에 따라 이 일대에 들어설 첨단 빌딩숲중 단연 돋보이는 건축물이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이 건물을 설계한 「팍스 앤 파울」사의 한인 2세 홍훈기씨(24)는 6개월동안 설계작업에 참여한 뒤 조감도와 평면도까지 직접 그려내 또다른 화제가 되고 있다. 조감도는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해 온 미국 건축계의 관례를 깼기 때문이다. 팍스사도 처음에는 외부에 조감도를 맡겼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아 고민하던 끝에 홍씨가 자원해 나서자 반신반의 했었다.
홍씨는 『조감도는 건물의 모습을 사진처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설계자의 의도가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적인 면에 충실하면서도 기능과 예술감각까지 표현해야 한다는 얘기다.
건축학으로는 미국에서 다섯째 손가락안에 꼽히는 명문 시러큐스대를 졸업한 홍씨는 원래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특히 풍경화보다는 조형물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세살때 집 앞을 지나는 버스를 실물과 꼭같게 그렸는가 하면 네살 때는 쇼핑센터를 그럴싸하게 그려냈다.
그렇지만 의사가 되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그림을 멀리했던 그는 고3이 되고 나서야 건축학도가 되기로 결심했다. 가난이 따를 수 있는 미술과 미래가 보장되는 의학의 중간을 택한 것이다.
홍씨는 지난해 이탈리아 플로렌스의 시러큐스대 분교에서 6개월동안 건축학의 뿌리를 공부한 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당시 플로렌스의 산타 마리아역을 박물관으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제출해 시러큐스대의 커리큘럼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홍씨는 『설계는 그림 그리기 만큼 즐거우면서도 예술적인 작업』이라면서 『3년정도 실무를 익힌 뒤 대학원에 진학, 이론과 실무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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