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후 가족 불러 “불법 악순환”/비자 막히거나 장기 대기땐 손쉬운 「국경 넘기」 선택/자칫 외교마찰 우려 한·미간 알선조직 고리 끊어야캐나다를 통한 미국 밀입국은 미국에 들어오려는 사람들과 이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여기는 밀입국 조직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는 한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캐나다는 미국비자가 막힌 한국인에게 미국행을 보증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실제 성공률도 높아 밀입국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민법전문 변호사들은 『한국인 밀입국자는 미국에 기반을 둔 가장, 부모등 직계가족 또는 친척등과 합류하려는 사람이 90% 이상』이라고 추산한다. 나머지는 경제사범이거나 한국에서 사업등에 실패, 무작정 미국행을 택한 사람들이다.
가족과 합류하려는 사람들은 합법비자를 받기 어렵거나 또는 너무 오래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다. 3월 블레인검문소에서 붙잡힌 영주권자 P씨(25)는 서울에서 결혼한 부인이 합법비자를 받으려면 최소 3년은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밀입국을 시도케한 대표적 사례다. 그의 부인은 5년동안 미국 입국을 못하게 됐다.
불법체류자가 그 가족을 불러들이는 밀입국의 악순환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급한 김에 가장부터 미국에 눌러앉은 「이산가족」들은 대부분 생이별해 사느니 밀입국을 해서라도 가족이 함께 살려고 한다. 이들은 세월이 지나면 미국 정부가 특별사면해 줄 것을 기대하며 숨어사는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그러나 김수지변호사(35)는 『미국 정부는 지난 86년 이후 불법체류자에 대한 특별사면을 하지 않고 있다. 반이민 무드가 거센 지금은 사면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통과된 반테러법안에는 정당한 절차없이 입국(EWI)한 사람은 체류기간에 관계없이 즉시 추방한다는 조항까지 들어있다. 이 조항에는 시민권자와 결혼하는 등 특수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지만 사면을 받기란 과거에 비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게 됐다. 게다가 미국사회는 불법체류자 자녀에 대한 교육과 의료혜택 축소등을 무기로 이들을 옥죄고 있다.
밀입국자의 범죄행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월 뉴저지주에서 한인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최모씨등 2명을 지명수배한 미국 경찰은 『이들은 캐나다를 통해 밀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도피한 경제사범으로 인한 후유증도 적지 않다. 교민 L씨(42)는 『최근 경제사범을 쫓는 한인 사설탐정들이 뉴욕과 LA등 대도시에서 설치고 있다. 이들은 점점 단순 밀입국자들까지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탐정들은 밀입국자에게 「묵인」대가를 요구하는 인간사냥꾼으로 표변하고 있으며 신분노출에 민감한 밀입국자들은 이들에게 걸려들면 「제2의 도피」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교민들은 한국 정부가 밀입국 조직을 방치하는 한 밀입국 사업은 번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한국 신문에는 「한국에서 급히 오실분」이란 광고가 매일 실리는데 이들 이민상담소의 상당수는 한국 조직과 연계돼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들은 서울의 상담소 전화번호까지 게재한 뒤 『비자가 거부된 사람도 서울 사무실로 찾아가면 고민이 해결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 교민사회의 일부 지도급 인사들까지 밀입국 알선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 총무인 K씨(41)가 캐나다 국경을 통해 한인을 밀입국시키다 적발되기도 했다.
밀입국 사업이 번창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은 위험하지 않은 반면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주 밀입국방지 전담책임자인 제임스 레이번국장(59)은 『밀입국 조직은 1인당 최소 1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적발돼도 벌금만 내면 풀려나기 일쑤』라고 말했다.
일부 교민들은 캐나다를 통한 미국 밀입국이 한국과 미국 캐나다 3국간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한국 관광객이 늘수록 많은 수입을 올리는데다 한국인이 캐나다에 잔류할 가능성은 경제적 여건상 희박하기 때문에 당장은 한국과의 무비자협정을 파기할 가능성이 적다. 그러나 공화당과 민주당이 불법이민방지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미국의 경우 국경순찰대 규모를 두배로 늘리고 밀입국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점점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올들어 한국인들을 밀입국 중점감시대상 리스트에 올려놓고 집중단속에 나서고 있다. 변호사 L씨(54)는 『미국 정부는 이미 한국인 밀입국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밀입국자가 늘어날수록 한인사회의 명예는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결국 한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는 최소한 한국내 조직에 대해 수사에 착수, 미국내 조직과의 고리를 끊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시애틀=이종수 특파원 김성수 시애틀지사 기자>시애틀=이종수>
◎미국의 이민정책/국가별 할당… 한인 시민권자 형제 초청땐 10년 기다려야
미국 정부는 95 회계연도중 가족이민 48만명, 취업이민 14만명등 62만명에게 이민 문호를 개방했다. 이민자는 각국별로 할당되며 미국무부 영사과는 노동청과 이민귀화국(INS)과의 협의를 거쳐 각국별 영주권 문호를 매월 발표한다. 한국인들은 주로 가족이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발표된 96년 6월중 한국 가족이민 문호의 경우 영주권자의 이민순위는 전달에 비해 호전됐지만 시민권자는 동결됐다.
예를 들어 「영주권자의 배우자 및 21세 미만 미혼자녀」가 영주권 비자발급 인터뷰를 요구할 수 있는 가족이민 2순위 A의 경우 비자발급 우선일자는 5월의 92년 12월 1일에서 6월에는 92년 12월 15일로 조정됐다. 92년 12월 15일 비자신청이 접수됐어도 3년 6개월을 기다려야 인터뷰를 요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부인이나 아들 딸과 빨리 합류하려는 사람들은 밀입국 조직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시민권자의 기혼자녀」가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가족이민 3순위의 비자발급 우선일자는 93년 8월 1일로 동결됐다.
또 「시민권자의 형제자매」가 신청할 수 있는 가족이민 4순위의 경우 비자발급 우선일자도 86년 2월 15일로 동결된 상태다. 따라서 시민권자가 형제자매를 미국으로 이민오게 하려면 현재상태로는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한다.
◎인터뷰/미 이민법 전문변호사 김수지 씨/“미 정부 밀입국자와의 전쟁 이미 시작/반이민 물결 거세 사면 조치도 기대난”
뉴욕의 이민법 전문변호사인 김수지씨(35)는 『미국 정부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추방조치를 강화하는 등 밀입국자와의 전쟁을 이미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변호사는 『의회에서 논의중인 반이민법안은 합법이민마저 줄이려 하고 있으며 이같은 반이민 무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의 이민정책은.
『그동안 미국 정부는 불법체류자에 대해서도 비교적 관대했다. 예를 들어 적발돼 추방령을 받은 불법체류자라도 일정 기간 문제없이 숨어지내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월 통과된 반테러리즘 법안은 불법체류자는 특수한 예외를 제하고 추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허점이 많았던 이민법 조항들에 대한 정비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인 밀입국자들이 영주권등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하루에 10여통 이상의 문의전화가 걸려 온다. 경험상 한국인 밀입국자들이 합법적으로 영주권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치적 망명등이 합법적인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지만 이에 해당하는 한국인은 전무하다. 지금의 밀입국자들은 평생 숨어 지낼 가능성이 높다』
―합법적인 이민문호가 막혀 밀입국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민자수는 의회에서 정해진 뒤 국무부 이민국 노동청등이 수시로 할당량을 조정한다. 이는 미국의 법이다. 밀입국자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를 갖고 있다. 하지만 밀입국자가 늘수록 적법절차를 기다리는 한국인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밀입국을 막을 방법은.
『밀입국자들은 과거처럼 미국 정부가 대사면등을 통해 영주권을 준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사면을 기대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이같은 점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캐나다를 통한 밀입국을 미국에서 막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 한국내 밀입국 조직부터 근절해야 한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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