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등에 몰래 타먹여 정신 잃게/청소년 폐해 심각… 법규 강화 부심당초 진정제나 수술전 마취제로 개발됐던 스위스제 알약 「로히프놀(Rohypnol)」이 미국에서 성범죄용으로 이용되고 있어 큰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기존 진정제인 바리움보다 10배나 강한 약효를 가진 이 알약은 복용한지 15분 뒤면 타인에 의한 공격이나 강도행위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이같은 특성때문에 청소년들은 로히프놀을 여자파트너의 술잔에 몰래 집어 넣어 정신을 잃게 한뒤 성폭행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일부 범죄조직들까지 이 약을 다투어 밀수입하고 있어 사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스위스의 유명 제약회사인 호프만―라로슈사가 개발한 로히프놀은 미국에서 유통및 판매가 금지됐지만 길거리에서 한알에 1∼5달러의 싼 값으로 살 수 있으며 플로리다 텍사스 등에서는 아예 공공연하게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호프만―라로슈사는 원래 이 약을 진정제 또는 수술전 마취제로 개발, 전세계 64개국에 매일 230만개씩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지 못해 수입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호프만―라로슈의 콜롬비아 현지회사가 제조한 것들이 주로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몰래 들어오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루피즈」라는 은어로 통하는 이 약의 수요가 최근 미국에서 급증하자 밀반입되는 양도 엄청나게 늘고 있는데 지난해만도 2㎏이 마약단속국(DEA)과 세관 등에서 압수되기도 했다. DEA는 당초 이 약을 바리움과 같이 「통제물질 4급」으로 분류해왔으나 약해가 늘자 헤로인및 LSD와 마찬가지로 「1급」으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미유에스에이 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DEA는 앞으로 3개월 안에 관련법규등을 마련,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히프놀이 1급 통제물질로 규정되면 밀수나 불법판매 등을 할 경우 최소 10년형의 징역을 살게된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호프만―라로슈사는 크게 반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 회사는 일단 미국으로 밀반입되는 사례를 막기위해 콜롬비아와 멕시코에서의 판매망을 축소키로 했으며 이 약의 부작용을 널리 알리는 광고를 낼 계획이다. 이 회사는 또 2㎎인 로히프놀을 점차 1㎎짜리로 대체하고 약이 천천히 녹거나 흔적이 남게하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 약으로 인한 폐해가 너무 심한 만큼 철저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호프만―라로슈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이장훈 기자>이장훈>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