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서 일선공무원까지 “탈권위 도미노”/서류 직접배달·착오보상등 봉사행정 확산/일부 졸속추진 과대포장 “인기영합” 비판도지난해 7월 민선자치단체장이 취임하면서 자치행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가 일어난 분야는 민원행정이다.
민선 단체장들은 취임한지 얼마 안돼 경쟁이라도 하듯이 그동안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왔던 여러 업무에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 봇물처럼 쏟아진 각종 시책으로 주민들은 지방자치에 따른 지방행정의 변화를 민원행정분야에서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었다.
「아이디어 전쟁」으로 불릴만큼 자치단체가 1년동안 발굴하고 펼친 시책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신선한 시책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받았다. 특히 관선시대의 권위주의에서 탈피한 민원인 위주의 행정은 민원담당 공무원들의 친절한 태도등에서 확연히 나타나 주민자치의 의미를 실감케 했다.
그러나 시책만 마련하고 제대로 추진하지 않거나 민원을 야기할 소지가 있는 정책결정에 주민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시책이 적어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에의 거리가 단축되기는 했지만 아직 멀었다는 비판도 있다.
▷변화◁
민원행정의 변화는 가장 먼저 민선단체장에서부터 시작됐고 주민들과 접촉이 잦은 민원부서등으로 퍼져갔다.
단체장들은 이동구청장실과 열린 시장실등을 통해 집단민원을 제기하는 주민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등 해결에 나섰다. 또 부속실에 민원접수 전용 팩스나 PC통신 전화를 설치, 직접 챙겨가며 책임행정의 기초를 닦았다. 관사를 학생들의 공부방이나 주부들의 취미교실로 개방하는가 하면 자전거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 출퇴근으로 시민들과의 접촉을 확대하는등 「관행파괴」의 바람을 일으키기기도 했다.
각종 인·허가와 민원서류등을 발급하는 민원부서의 업무행태 변화는 특히 두드러졌다.
이제는 대부분의 자치단체에 정착된 토요전일근무제로 토요일 하오에도 주민들이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은행이나 장터 아파트관리실등에 이동민원실을 설치, 민원서류를 발급해주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또 전화등으로 서류 발급신청을 받는 지자체도 늘었고 심지어 공무원이 가정까지 서류를 직접 배달해 주는 곳까지 생겼다. 서울 광진구등 민원실을 은행창구처럼 말끔하게 단장하거나 민원실에서 기차·항공표등을 예매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잘못된 행정처리에 대해 단체장이 직접 사과하고 보상해주는 행정착오보상제, 주민 민원이 해결될 때까지 옆에서 돌보아주는 민원후견인제등도 주민입장에서 착안된 행정 아이디어다.
▷평가및 대책◁
지자체들이 앞다퉈 내놓은 대민서비스 개선시책들은 권위주의적 풍토로부터의 탈피, 대민봉사행정의 개선, 책임행정구현을 위한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무수한 시책 가운데는 충분한 검토나 법적인 장치도 없이 무작정 내놓거나 과대포장한 것도 많다.
지자체에서는 시책을 내놓은 뒤 운영에 따른 성과 분석을 소홀히 했고 호응이 좋은 것만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유명무실해진 시책에 대해서는 함구해 관선시대의 구태를 답습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자치행정 1년동안 단체장이 차기 선거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인기에 영합한다는 비판이 그치질 않았다.
실제로 각종 규제업무를 소홀히 해 그린벨트 훼손이 선거이전 보다 5배나 증가하고 쓰레기종량제 봉투 미사용 및 불법 주·정차 단속건수도 관선시절의 20∼25%선으로 격감하는등 기초질서 문란을 자초했다.
행정전문가들은 『자치단체의 다양한 노력들이 행정개혁 차원에서 정착되기 위해 무엇보다 행정이 주민에 의해 민주적으로 통제받고 평가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서는 옴부즈맨제도의 도입과 행정절차조례의 제정, 행정정보공개제도의 확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민원행정의 변화뿐만 아니라 풍부한 문화·복지서비스등의 발굴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공동체를 가꿀수 있는 행정서비스체계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임종명 기자>임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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