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토크쇼·노래자랑 등 서로 슬그머니 모방/“채널특성무시 시청률 높이기에만 급급” 비난방송사간 시청률경쟁이 첨예화하면서 프로그램 베끼기가 성행하고 있다. SBS에서 요리를 소재로 한 TV토크쇼가 호응을 얻자, KBS는 유명인사들의 아침식탁을 찾고 출연자와 함께 요리를 만드는 토크쇼를 신설했다. MBC의 동창회 프로가 인기를 모으자, SBS는 여고동창들을 등장시키는 프로를 급히 만들었다. 또한 MBC 「주부 가요열창」의 참여열기가 높자, KBS도 슬그머니 「도전, 주부가요스타」(2TV)를 내보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KBS가 6월초 중소기업 상품을 TV판매하는 「중소기업 TV백화점」(1TV)을 만들자, MBC에서는 「중소기업제품 TV큰시장」이라는 특집프로를 7월8∼12일 집중 편성했다. MBC로서는 이 보다 전인 지난 2월과 6월 두차례에 걸쳐 중소기업의 인력 공개채용 프로를 방영, 호평을 얻은 바 있다.
방송3사의 프로 베끼기는 일종의 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체면은 이미 팽개쳐 버린 듯하다. 공영방송과 민방의 구분도 없고 채널의 특성도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채널의 성격이 다르고 연출자와 진행자의 개성이 다른만큼 같은 포맷을 취해도 결과가 그에 못미치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KBS2가 5월 중순부터 내보내고 있는 「노영심이 여는 세상」은 SBS가 4월초부터 방영하고 있는 「이홍렬쇼」를 많이 모방하고 있으나 결과는 다르다.
세트를 거실과 주방 형태로 꾸미고 출연진과 함께 음식을 만들며 일상적인 얘기로 웃음을 자아내는 기본구성은 「이홍렬쇼」를 흉내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그맨 출신으로 순발력과 기지가 뛰어난 이홍렬과 순박함, 풋풋함을 앞세우는 노영심과는 차이가 있다. 때문에 「노영심이…」는 진행자의 특성을 살리지 못해 출연자와 진행자가 겉도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두 채널에서 같은 내용의 프로를 내보내 둘 다 맥이 빠져버린 경우도 있다. 「주부가요열창」과 「도전 주부가요스타」, MBC의 「TV동창회」와 SBS의 「우리는 여고동창」등을 함께 손해를 보는 예로 꼽을 수 있다. 이 프로들은 한 채널에서 방영될 때는 신선한 기획으로 눈길을 모았으나 양 채널에서 방영되면서 의례적인 프로처럼 활기를 잃었다.
최근 가요계에 복귀한 「룰라」의 경우도 같다. MBC가 앞장서서 「룰라」의 복귀콘서트를 특집으로 편성하자 KBS와 SBS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룰라」를 각종 쇼프로에 끌어들여 시청자를 식상하게 하고 있다. 채널마다 개성을 살려 편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김경희 기자>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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